부엉이 경쇠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by 김담유

부엉이 경쇠


부엉이의 언어는 눈빛이었다
부엉 부엉 하고 가끔 우는 소릴 내는 것은
지루한 암고양이가 제 꼬릴 들어 등을 치는
몸짓과도 같았다 살아 있기에 내뿜는
하품과도 같았다 밤늦어 귀가할 때면
종일 네가 저지른 순간들은 무엇인가, 묻기라도 하듯
부엉이의 살기 어린 눈빛은 곧 내 심장을 향했다
뜨끔해진 나는 외면하듯 슬그머니 燈을 켜고
손에 잔뜩 쥐고 온 이름 모를 벌레들을 털었다
그러면 부엉이는 횃대에서 천천히 내려와
방바닥에 흩어진 벌레들을 먹어치웠다, 죄란
비밀처럼 묻어두어서는 안 될 것이기에
내 손 가득 쥐여진 더러운 말의 토막들은
부엉이의 입을 거쳐 위장 속으로 그리고
내가 알 수 없는 어떤 곳으로 샅샅이 흩어졌다
그 후, 부엉이의 눈은 꿈속이었다
눈을 감아도 동공은 뗏목처럼 떠 흔들리고
멈출 수 없는 꿈이 흰자위 가득 풀어지고 있었다
악몽의 해일이 부엉이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어디로 떠밀리고 있는 것인지, 그곳이 어디인지
물어볼 수 없는 밤이 계속되었다
밤늦어 돌아와 문을 열어도
심장을 향해 겨누어지는 눈빛은 더 이상 없고
네가 저지른 순간들은 무엇인가, 추궁한다거나
횃대를 내려와, 내 영혼 위에 무수히 슬은
죄의 애벌레들을 먹어치우는 공범은 반복되지 않았다
횃대에 걸려 박제된 두 눈깔만이
한 줌 딱딱한 쇳덩어리로 굳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바람 거친 밤이었다, 골목처럼 접힌
생과 생을 돌아 어딘가로 급히 빠져나가려는 듯
이명 소리 하나 거칠었다, 문득 치어다보니
까마득히 잊힌 부엉이의 두 눈에서
납빛 언어가 묘묘히 흘러내리고 있는 게 아닌가
딸그랑 딸그랑 딸그랑……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한 말들의 처소가
거기, 최후의 심장처럼 달랑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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