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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조력자를 넘어선 AI 에이전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by 호몽 이용호
250403 비서보다 나은_브런치.jpg [조력자를 넘어서 동반자로]

AI 에이전트 생태계, 산업 구조를 다시 짠다


자율 에이전트가 실질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갖추며 현실에 깊숙이 스며들자,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AI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작동하는 '환경'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단순한 기기 그 자체보다 앱스토어와 개발자 생태계가 진짜 혁신의 동력이 되었던 것과 유사하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자율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솔루션 산업의 확산이다. 기업들은 AI 에이전트를 단순히 외부에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업무와 산업 특성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에이전트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거나,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추론 모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통업에 특화된 재고 관리 에이전트, 금융업에 특화된 문서 분석 에이전트 등이 그것이다.


또한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서로 연결하고 조율하는 메타플랫폼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업무는 하나의 AI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케팅, 고객 관리, 회계, 재고 관리 등 각 부서의 에이전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협업해야 진정한 의미의 자동화가 실현된다. 이처럼 다중 에이전트 체계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이 새로운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큰 도전이다. 자율 에이전트는 지금까지 플랫폼이 독점하던 사용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플랫폼을 통해 검색하거나 클릭해야 했지만, 자율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스스로 최적의 선택을 대신 수행한다. 즉, 사용자와 플랫폼 사이에 ‘에이전트’가 새롭게 들어서며, 기존의 검색, 추천, 구매 흐름이 해체되고 있다. 플랫폼이 더 이상 정보의 중심에 있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플랫폼 경제의 균열이 시작된 셈이다.


자율 에이전트의 확산은 데이터 경제 구조에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에이전트는 더 이상 일방적으로 명령을 받아 처리하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단하며, 때로는 다른 AI와 협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자율형 데이터 흐름’은 중앙집중형 데이터 통제 방식과 충돌한다. 따라서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 설명 가능성, 권한 설정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자율 에이전트는 새로운 소비자 경험(CX)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개인의 성향과 과거 행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조정하는 에이전트는 일종의 ‘디지털 비서’로 작동한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은 사용자의 소비 성향을 학습한 AI 에이전트가 신상품 출시 전에 선호도를 예측하고 맞춤형 홍보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광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소비자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보안과 프라이버시다. 자율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일정을 관리하고, 이메일을 대신 쓰고, 결제를 실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민감한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악용될 경우, 개인 피해는 물론 기업 신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이전트가 접근하는 데이터 범위를 제한하고, 행위 기록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은 AI 윤리와 책임 소재다. 에이전트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예를 들어, 에이전트가 잘못된 금융 상품을 추천하거나, 중요한 일정을 누락시켜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개발자와 운영자, 사용자 간의 책임 구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특히 다중 에이전트 체계에서는 잘못된 결정이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어, 각 단계별 행위에 대한 추적성과 설명 가능성 확보가 중요하다.


윤리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에이전트가 특정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결과를 차별할 가능성, 사용자 몰래 정보 수집을 시도하는 문제 등은 이미 다양한 AI 서비스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자율성을 갖춘 AI일수록 이 같은 위험은 더 커지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와 사회적 감시 장치가 절실하다.


결국 자율 에이전트는 단순히 ‘편리한 도구’가 아니다. 인간의 역할, 기업의 전략, 산업의 구조를 다시 짜는 촉매제다. 특히 한국처럼 기술 도입 속도가 빠르고 산업 구조가 유연한 국가에서는 자율 에이전트를 선도적으로 실험하고 확산시킬 기회가 크다. 이미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분야별 맞춤형 에이전트를 출시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은 전사적 AI 자동화 전환을 선언했다.


앞으로는 단순히 ‘어떤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설계하고, 누구와 연결하며, 어떤 문화를 만들 것인가’**가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전략이야말로 향후 수십 년간 기업과 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할 분기점이 된다.


|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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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작가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작가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5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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