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know her is to love her
<에이미>는 흔하고 뻔한 영화일 수 있다. 유명해진 뒤에 마약에 손을 대고, 말썽을 피우고,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가수와 배우가 얼마나 많은가. 고작 3x년을 산 나만 해도 이렇게 보낸 가수와 배우가 몇 명째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해서 그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무뎌지는 것은 아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그랬다. 독특한 목소리, 그 못지 않게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아이라인이 먼저 떠오르는 그녀가 갑자기 사망했다고 했다. 사망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라이브 무대를 보았다. 이렇게 노래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었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무척 여려 보였다.
평생 그녀의 편이 되어주었던 친구들과 함께 찍은 비디오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아, 이토록 사랑스러운 소녀였나.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모습은 내가 아는 것과 전혀 달랐다. 본래 대중이란 만들어지고 덧씌워진 순간의 이미지 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기 마련이니, 나 역시도 그런 시선이었겠구나 싶었다.
<에이미>는 그녀가 가수가 되는 과정부터 그녀의 삶 마지막까지를 담고 있다. 홈비디오는 물론이고 그녀를 괴롭혔던 파파라치 영상, 공연영상, 사진, 방송, 인터뷰와 그녀의 노래를 중심으로 함께 전개된다. 인터뷰 내용이 내레이션으로 나오긴 하지만 인터뷰 장면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던 점이 특이하다. 어린 시절의 사진을 보고 ‘이 아이가 이랬었는데’ 하고 이야기를 나누듯, 최대한 그들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을 응시하고 직접 이야기를 하는 장면들은 배제되어 있었다. 대신 거칠고, 우리가 파파라치의 시선이 된 것 같은 불편한 컷들은 그녀가 데뷔한 시점 이후부터는 계속 이어졌다. 플레시 세례를 그 작은 몸으로 막고 있는데, 나도 그녀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만 같아 너무 미안했다.
영화가 그녀의 노래를 중심으로 그녀의 삶을 얘기한 것은, 그녀가 가수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고 싶어했다. 만들어 놓은 곡은 없어도 만들어 놓은 ‘시’는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부를 수 있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등 떠밀리듯 너무 낯선 곳까지 와버렸다. 상처도 가감 없이 드러냈기에 ‘Back to black’이나 ‘Rehab’ 같은 노래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계속 불안정해 보였다. 그저 말썽꾸러기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녀를 알아갈수록 그녀가 좋아지고 안타깝고 그리워졌다.
To know him is to love him
Back to black 앨범에 실린 곡이다. 그녀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나도 이 앨범을 들었다. 그땐 이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원곡을 알게 되어 검색을 하다가 그녀의 버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젠 세상을 떠난 그녀가 담담하게 부르는 이 노래를 듣는데 가슴이 너무 먹먹해졌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 노래가 생각났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뒷이야기를 알리고자 함이 아니라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알려주는, 진짜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의 시선이 담겼기 때문이다.
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