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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Apr 06. 2020

40평 집을 팔고, 10평 집에서 부담감 내려놓고 생활

도미니크 로로,  <작은 집을 예찬한다>  


요즘 혹시, 부담감으로 인해 힘든가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이들 견디기가 힘들죠.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당장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막막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심리카페에 자주 만나게 되는 분들 중에는 부담감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상담을 해주면서 종종 해드리곤 하는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다음 국어사전에서


지금 저는 신촌 주택가 원룸에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집에서요. 그래서 매번 5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있죠. 집의 크기는 10평인데, 방이 따로 있는 집이 아니어서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답니다.



이글의 제목 그대로, 불과 2년 전에 전 40평이 넘는 집에서 혼자 살았었습니다. 마치 혼자 드라마 놀이를 하듯요.

이사 나오기 전에 찍었던 예전 집 사진

제가 살던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커피숍만 20개가 넘고, 바로 옆에는 방송국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미술관과 음악당과 백화점이 있고, 길 건너면 호수공원이 있는 곳이었어요.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이유는 탁 트인 뷰였죠.


비 오는 날 예전 집 거실 밖 모습


그 당시 저는 심리카페와 함께 직원 10명이 있는 곳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여러 일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매달 몇 백이 되는 적자가 누적되어가고 있었죠. 그리고 새로 손을 댄 일도 생각지 못한 변수로 금전적 부담을 받아야 했고요. 


사람들에 대해 질려가게 만드는 곳은 당장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곳저곳 자금이 필요한 곳들이 생겨났죠.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집을 팔아서 자금을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텅 빈 큰 집도, 쓰지 않고 비워놓은 방도,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집이었지만, 집을 판다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 것은 아니었어요. 불안하고 착잡함이 컸어요.


더욱이 자금이 필요해서 파는 것인지라 작고  집을 찾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했었죠.




처음에는 방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하지만 그것도 불필요하게 월세와 관리비를 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싸고 더 작고 방이 따로 없는 원룸을 찾아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에 오게 되었어요.


그것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에 있는 집으로요.



이 집을 계약하기 전에 이런 고민들 했었어요.


매일 5층을 걸어 다니는 것이 괜찮을까?

고양이 두 마리와 원룸에서 생활하는 것이 괜찮을까?

여러 가지로 내 생활공간이 쪼그라든 것에 대해 우울해지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 집을 계약한 이유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갖고 있어서였어요.


바로 탁 트인 뷰였죠.


더욱이 이 집은 건물의 모서리에 위치해 있어서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한 면만 보이는 곳이 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었죠.


평수는 1/4로 줄어들었고, 별도의 방이 없어서 고양이들과 같이 생활을 하지만 침대 주변으로 하얀색의 파티션을 설치해서 침실 공간을 구분해놓으니 나름 아기자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산지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막상 5층을 계단으로 걸어 다닌 거, 해보니 할만해요. 익숙해지더라고요. 종종 '어, 벌써 5층이네~ 한 층을 건너뛰었나;;'라고 할 때도 있고요.



이 집을 계약하고 난 후, 일 년을 생활하며 이런 만족들을 느끼고 있어요.


쓸모없거나 그냥 놀리는 공간 없이 생활하는 것에 만족감과 통제감을 갖게 되었어요.

집을 팔고 생긴 돈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심리카페)을 지킬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어요.

5분만 걸어가면 신촌 번화가여서 온갖 식당과 가게들이 다 있어서 즐거워요.


누군가는 실제, 사실은, 현실적으로는 좋지 않은데 정신 승리하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정신승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아마 저는 크거나 고급인 것에 그렇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이런 선택을 하기 전에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책들에서 좋은 영감과 기운을 받아 더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도미니크 로로의 <작은 집을 예찬한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음 직방이라는 어플에서 접했던 사진과 소개글을 첨부할게요.

직방에 올라가 있었던 사진과 소개글
지금 집 짐 옮기기 전

감사하게도 이사하니깐 방 안에 있던 옛날 작은 냉장고는 없어지고 부엌(부엌이라고 하기에는 작고 좀 그렇지만, 나름 방과 요리를 하는 공간이 분리가 되어있어요) 쪽에 큰 냉장고 놓여 있었어요. 집주인님이 감사하게도 에어컨과 함께 냉장고를 이번에 새것으로 바꾸어주셨더라고요. 이사 선물 같았어요.


지금 집 창 밖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 날 아침 깨서 보니, 침대 옆에 붙여놓은 테이블 위에 고양이 둘이 올라가서 이렇게 저를 보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어찌나 엉뚱하고 귀엽던지. 그래서 찰칵.


구경하는 고양이 둘, 착한 애들인데 표정이 좀 ^^, 앞이 어미 "인나"이고, 뒤가 새끼인 "순심이"예요.




이렇게 제 예전 집과 지금 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지금 코로나 19로 인해 누군가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기 힘든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또 누군가는 전보다 좋지 않은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좋지 않은 여건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 자꾸 그려졌어요.


그런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남 일 같지만도 않고, 느끼게 되는 막막함과 착착함과 불안감이 어떤 것인지 알아서 더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생각하고 해석하고 선택하기에 따라 나름 괜찮은 경험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사이즈를 줄임으로써 홀가분함과 충만감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요.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나름의 스토리를 그 선택에 씌우는 것이 좋더라고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스토리를요



생각지 못했던 일에는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좋은 일도 있다는 것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지금은 그런 생각이 필요한 힘든 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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