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중에서
의 사: 현수씨 경찰이시죠?
환 자: 네
의 사: 경찰이 왜 되고 싶으셨어요?
환 자: 꿈이요. 일곱살 부터 꿈. 그런데, 이젠 못해요. 이렇게 수술해서.
의 사: 복직하시면 되고, 아니면 다른 일 하면 되죠. 안 늦었어요.
저 나이 많아서 못해요.
의 사: 저도... 29에, 아팠어요. 저도 29살에 갑자기 아파서 군대를 관뒀어요.
환 자: 어디가요? 어디가 아팠어요?
의 사: 목 척추 쪽 인대가 뼈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병인데, 훈련하다가 갑자기 마비가 왔어요.
환 자: 어떡해요?
훗, 뭘 어떡해요. 저 지금 엄청 잘 살고 있어요.
환 자: 맞아요. 의사도 되시고,
의 사: 현수씨도 그럴 거예요. 현수씨도 수술 받으시고 회복 잘 하시면,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환 자: 네, 감사합니다.
의 사: 고생하셨어요.
환 자: 선생님,
의 사: 네
환 자: 화이팅
의 사: 아셨어요? 언제요?
채송화: 너 수술 개판 친 날. 그날 알았지. 너 기록부 봤어. 후종인대 골화증으로 대위로 전역. 이렇게 써있길래 좀 찾아봤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 없고, 젊은 나이엔 운동이나 약으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 단 몸을 많이 쓰거나 격한 운동을 해야 하는 직업은 예외임. 자칫, 몸을 삐끗하면 사지마비가 올 수 있음.
의 사: 정말 그동안 별문제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수술하는데 다리가 너무 저리더라구요. 목도 찌릿하고,
정말 몇 년만에 다시 아프니깐
저도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
채송화: 근데 왜 말 안했어? 뭐 큰 병이라고.
의 사: 말 하려고 해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 ...
자존심도 상하고
채송화: 그런 자존심은 어느 장르냐?
별 자존심이 다 있다. 내 병도 쭉 읊어줘?
한 걸음만이라도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