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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Aug 26. 2022

그래도 안 되면요? 그럼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마.

<마녀 배달부 키키>

어느 날 갑자기 마법의 힘이 약해진 키키는 빗자루를 타고나는 것조차 못하게 되었습니다. 낙담한 키키는 우연히 알게 된 우르슬라라는 화가 언니가 사는 오두막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우르슬라


마법하고 그림은 비슷하네. 나도 안 그려질 때가 종종 있어.
정말요? 그럴 땐 어떻게 해요? 사실 전에는 아무 생각을 안 해도 날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날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미친 듯이 그릴 수밖에 없어. 계속 그리고 또 그려야지!
그래도 안 되면 어떡하죠?
그리는 걸 포기해.


키키가 우르슬라를 바라본다.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산책이나 경치 구경, 낮잠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러다가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 지지.
정말이에요?
물론이야.


우르슬라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간다.


난, 네 나이 때 화가가 되기로 결정했어. 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도 아까울 정도였지. 그런데 어느 날 전혀 그릴 수가 없었지. 그려도 그려도 마음에 안 들었어. 이제껏 그림이 누군가를 흉내 냈다는 걸 깨달았어. 어디선가 본 걸… 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어 졌어.


<마녀 배달부 키키> 중의 키키


괴로웠어요?
응, 그런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전보다는 조금 더 그림에 대해 알게 된 거 같아. 마법도 주문만 외우는 건 아니겠지?
네, 피를 이어받는 거래요.
멋진데, 마녀의 피라! 나 그런 거 좋아해. 마녀의 피, 화가의 피, 요리사의 피. 신이나 누군가가 준 힘과 능력. 그 덕분에 고생도 하게 되지만,
전, 마법이 뭔지 생각도 안 해봤어요. 수련도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오늘 우르슬라가 와서 정말 기뻤어요. 나 혼자선 그저 우왕좌왕했을 거예요.


<마녀 배달부 키키> 중에서




우린 너무 쉽게 상황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내립니다. 때론 누군가가 분석해서 내린 솔루션은 그 가벼움에 무례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여섯 살 꼬마 아이가 말해주는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 되겠다. 그렇지?"와 같이요.


우리가 무언가를 못하게 되어 버렸을 때에는 어떤 이유와 방법에 대해 몰라서 무엇을 못하고 있기보다는 좋은 영감과 기운이 고갈되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어 버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공허하고 헛된 방법론만 늘어놓아서 사람으로 하여금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게 만들어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설명을 하거나 부탁을 하거나 원망을 하거나 그러지 않으셨으면 해요.


대신 나에게 그런 기운이 닿지 않게 하세요. 방법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그런 영향력이 나에게 닿지 않게요.


각자 타고난 성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나오는 "피를 이어받는 거래요"와 같이요. 각자 자신이 타고난 성격으로 인해 고생도 하게 되지만 좀 더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의 시간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불안감과 조바심인 것 같습니다. 불안감과 조바심을 계속 올리는 환경 속에서 혼자 그저 우왕좌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환경은 나와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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