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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Aug 28. 2022

만들어 때리지 말고, 잡았을 때 바로

<골 때리는 그녀들> 중에서


저런 게 가능해?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김보경이 여러 명의 수비수들을 앞에 놓고 멋진 골을 넣었을 때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놀라 했었습니다. 골을 넣은 김보경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딱 한 골만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뛰었고,
사실, 각이 안 보였는데 그냥 때려봤어요. 멈칫거리지 않고.
그런데 그게 들어가서 저도 너무 놀랐어요."


"평소에 감독님이 만들어 때리지 말고, 잡았을 때 바로 슈팅으로 연결해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이건가? 하고 배운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과 분석으로 인해
행동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심리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정확한 것, 명확한 것, 분명한 것, 확실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부족함 없는 분석, 꼼꼼한 계획, 실패 없는 완벽한 선택을  바라서겠죠.


그런데 이러한 분석과 계획을 바탕으로 내리는 선택에는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는 두 가지 맹점이 있어요.


우선, 현실에는 지금 내가 파악할 수 없는 많은 변수들이 생겨난다는 것이에요. 상황은 가만히 얌전히 멈춰있지 않죠.


다른 하나는,

그런 분석과 계획에 빠져있느라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기회는 정작 줄어들고 없어진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런 빈약한 자기 경험은 유능감(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려서 계속 분석만 하고 계획만 할 뿐 움직이지 못하는 습성을 키우죠.


완벽한 무언가, 그래서 안전한 무언가가 있을까요? 그런 것을 쫓는 경직된 자신과 불안한 상황에 쫓기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 가는 자신이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렇게 되어 버렸을 때 자주 내뱉는 말이 있어요.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져.



이번 주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나온, 골키퍼도 손쓸 틈이 없었던, 골키퍼가 집중을 하고 있어도, 앞에 수비수들이 앞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도 골대 구석 아래로 멋지게 찔러 넣는 김보경의 슈팅은 바로, '그렇게 한다고 뭐가 달라져?'라는 생각에 대한 답변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생각과 말'로 사는 것과 '생활과 경험'으로 사는 것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심리카페를 하면서도 그렇고, 제주와 연남동을 오가며 생활하면서도 그렇고 그전에는 살아보지 못했던 시간을 살게 해 준답니다.


부족함 없는 정보, 완벽한 계획, 실패 없는 선택을 위한 것보다,

자신이 왜 저런 부분에 쫓기듯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삶을 살게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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