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럽에서의 '성(Castle)'은 영토와 방어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의 성은 피난처와 안식처를 뜻하는 케렌시아(Querencia)라는 개념을 갖지고 있답니다. 그 점이 저는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나만의 공간이 두 다리가 있어서 내가 이동하고 싶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더 흥미롭게 느껴졌었습니다. 멈춰있고 경직되어 있는 것이 아닌 시도와 움직임에 대한 영감과 기운을 주는 것이 얼마나 매력 있는 것인가요?
특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안의 문은 손잡이는 돌릴 때마다 문과 연결되는 장소가 달라집니다. 소피가 살았던 황야, 항구도시, 국왕이 있는 궁, 하울만이 드나드는 곳, 이렇게 네 곳과 연결이 되어있죠. 할머니가 된 소피는 그런 문을 보고 호기심과 신기함에 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하죠.
여긴 마법의 집이로구나
나에게 피난처와 안식처가 되는 집이 있고, 단지 그런 집이 있는 것만이 아닌, 문과 연결된 장소가 여러 곳일 수 있는 그런 집이 있다면 어떨까요?
네, 그런 집이 저에게 있어서 지금 제가 생활하고 있는 제주집이랍니다.
2층의 다락방 같은 10평의 집인데 3면에 창이 있어서 주위를 구경하기가 좋고 창 세 개를 모두 열고 있으면 바람도 잘 들어와서 환기도 잘 되고, 시원하기도 해서 좋답니다.
작년에 1년 정도 제주도청 근처에 있는 집에서 생활하고 올해 4월에 공항 쪽 바닷가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완전 다른 제주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일단 동네가 예뻐요.
다양한 스타일의 벽화들이 마음을 편안하고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준답니다. 그런데 밤이 되면 더 매력이 있어요. 사진의 벽을 보면 까만 조그마한 네모들이 있죠? 그게 자동 센서가 들려 있는 조명이에요. 사람이 근처에 오면 자동의 불이 켜지죠. 되게 나를 맞이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예쁘기도 하고요.
원래 제주에는 이렇게 자동 센서등이 있느냐고요? 아니요, 전혀요. 전에 살던 제주도청 근처 동네도,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길 건너 동네도 이렇게 되어 있지 않답니다.
이사를 하고 와서 동네의 여러 매력이 신기해서 검색해보니, 제가 있는 동네가 '부러리 마을'이라는 곳이고, 최근에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바탕으로 '부러리 마을 재생'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었더라고요. 걷기 좋은 골목길이 있는 동네를 만들고 싶었나 봐요. 그리고 성공을 하신 거 같아요. 저도 여기에 오면 정말 걷고 싶어 지니 말이죠.
화장실 창의 보이는 동네 전경
그런데, 제가 1년 동안 제주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4월에 여기로 이사를 하고 나서 했던 말에 관해서는 아직 보여드리지도 들려드리지도 않았답니다. 그래도 제주에 왔는데 걸어서 바닷가가 나오는 곳에서 살고 싶은데 라는 생각으로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었는데, 전혀 다른 차원과 질의 제주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