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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Sep 06. 2022

이건, 지금 좀 아프다.

<골 때리는 그녀들> 중에서


2:1로 지고 있던 '발라버림'은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1분도 안 되어서 바로 한 골을 더 먹어 3:1이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경서라는 선수가 이렇게 말을 하죠.



이건, 지금 좀 아프다.
이건 좀 아프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들었던 말인 "괜찮아. 괜찮아"가 아닌, ‘아프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 제 심리카페에서 접하게 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괜찮아’를 달고 있었으니까요. 안 괜찮은 것도 괜찮고, 이상해도 괜찮고, 다치고 망가져도 괜찮다고 하시니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렇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부정하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자기 방어, 자기 보호를 하고 인위적인 억지 긍정으로 포장하고 부정적인 것은 피하고 숨기고 덮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에 급급한 모습들이 많아요. 아래와 같은 말을 꺼내보지 못한 채, 꺼내면 안 되고, 꺼내봤자 받아주고 보살펴주는 분위기는 없는 삶을 살아내가는 분들이죠.



지금 나는 괜찮지가 않아.
지금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다고.



아프고 힘든 것을 괜찮다고 말한다고 괜찮아지나요? 그런다고 더 집중이 되나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빠져버리는 것'과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인식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에요.



있는 그대로 인식을 해야 일어난 상황에 대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죠. 그냥 노오력으로만이 아니라요. 경직된 노력, 할 수 있어. 힘내. 파이팅!이라고 정신력만 강조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접할 수 없는 장면이 한 번 더 나오더군요.


김태용이라는 감독이 타임아웃을 하고 선수들을 불러 이렇게 말을 하는 장면이에요.


여러분들 우리 팀 창단한 지 두 달도 안 됐어.

뭔가 잘하려고 하지 마!
잘하려고 하면 몸이 더 경직된다고.

우리가 연습하고, 부족한 대로, 그런 식으로 해서 편하게 하라고,
뭔가 잘하려고 하면 더 안 된다고. 알았지?

편안하게 하는 게 훨씬 잘 되었다고,

머릿속에서 지워.
내가 잘하려고 한다는 거 지워.

우리가 좀 더 편안하게 하면, 쉽게 더 할 수 있어.



뭔가 잘하려고 하지 마!
잘하려고 하면, 몸이 더 경직된다고.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긍정의 말을 듣는데 전혀 긍정적으로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건 그냥 말만 긍정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긍정은 상황과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고려보다는 불편하고 안 좋은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자 하는 미봉책 같은 말들이어서 더 그래요.


김태용 감독은 2002년 월드컵부터 해서 축구 시합과 경기에 있어서 경험치과 일반인들보다 월등히 많겠죠? 그럴 거라는 추측이 아닌 실제 뛰고 접하고 보았던 수많은 경험들에서 나오는 말이겠죠. 얼마나 많이 경기를 접해보았겠어요?


바람보다는 실질적인 결과와 목적에 닿을 수 있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춘 말이 그냥 좋은 척, 긍정적인 척, 유연한 척, 정신력 정신력을 외치는 괜찮아 신드롬의 모습과는 그 결이 다릅니다. 그저 희망 바람 간절함에만 기반을 둔 말이 아니니까요.




그 이후, 경기가 다시 시작되고 경서라는 선수(가수)는 볼을 다투다가 얼굴에 정통으로 공을 맞고 쓰러집니다. 선수들이 와서 걱정되어서 괜찮냐고 묻자? 이렇게 말하죠.


경서: 코피 안 나요?
상대편 선수: 코피 안 나요.
경서: 그럼 됐어요.


습관적으로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는 것은, 상황을 인지하고 확인하고 분별하고, 그 위에서 할 것에 집중하는 것과 다릅니다. 반사적으로 그러는 것은 불편함을 벗어나고자 함이 더 크죠. 그래서 분주하고 산만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결과가 패스 미스로 나타나죠. 그렇기 때문에 경직되지 않게 편안하게 해 줌으로써 투지와 집중에 불필요한 소모를 없애줍니다.


그렇게 집중에 불필요한 불안과 부담이라는 감정적인 소모와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나오는 다짐과 마인드들을 빼고 끊임없이 움직인 결과 한 골을 넣고, 또 한 골을 넣고, 승부차기에 가서 경기를 이겨버립니다.



관람석에 있던 사람들은 이렇게 따라잡는다고?라는 놀라움을, 해설자는 “발라드림은 참 골을 편하게 넣네요.”라는 말을 하죠.


불필요한 것을 불안해서, 부담스러워서 놓지 못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워지고 편해지는 것이죠. 그리고 가벼워지고 편해지는 것은 그저 마인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찾고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다가 아닌 그런 선택들을. 그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그럴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연남동심리카페

https://naver.me/FJH68Z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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