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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Feb 15. 2023

좌절하고, 낙담하고, 일상이 폐허가 되어버린 이를 위한

Read for Action




여기 하나의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삶이 폐허가 되어버리고 무너져버린 사람들에게,


생활해가던 일상이 순식간에 망가지고,

무언가를 다시 하기에는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혼자 허망함의 무기력함에 주저앉고 허탈함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을 보듬어 주고 곁에 함께 있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독서모임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고 오는 것도,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가 않았습니다.


혼자 허탈하고 허망하게 고립되고 방향성과 초점을 잃고, 의욕을 잃은 상태로 계속 쓰러져 있지 않게 해줄 수만 있다면, 책을 읽지 않고 그 자리에 나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이곳의 기운을 받으며 충전하고 회복해가며 다시 일상을 살아갈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답 대신,



스스로 증명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습니다.





Read for Action



'Read for Action'이 바로 이 독서모임의 이름입니다.


'Read for Action'은 지적 욕구 충족이 그들의 존재 이유도, 목표도 아닙니다. 'Read for Action'라는 독서모임에 오는 사람들 또한 지적 욕구의 충족이 그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Read for Action'은 2011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독서모임입니다. 2011년은 일본 관측 사상 최고 지진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던 해이면서 대형 쓰나미와 함께 원전 사고가 있었던 해였습니다.


그러한 때에 본인들의 잘못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폐허가 된 현실 속을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안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되는 독서모임



'Read for Action'이라는 독서모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되는 독서모임이라는 것입니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 드렸던 것처럼 이 독서모임이 만들어진 목적이 지적 욕구 충족이 아니기 때문이죠. 책은 하나의 매개체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책을 읽는 것보다 오신 분의 마음과 상태를 읽어주고 보듬어주며, '실질적인 행동을 위한, 변화를 위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이 독서모임만의 강한 개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모습이 홈페이지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TO MAKE REAL CHANGE'




Read for Action 보고

Ready for Action이라고 읽다



저는 신기하게 이 독서모임의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도 그렇고, 그 이후에도 그렇고, 자꾸 Read를 Ready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 생각하고 꿈꾸고 있었던 독서모임의 모습을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렇거든요.




Ready for Action



연남동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 중앙에 위치한 곳에 심리카페를 만들고 7년 동안 5천 명이 넘는 분들을 상담해 드리면서 접하고 갖게 된 경험을 1:1 상담이 아닌 방식으로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었거든요.



무엇보다, 상담을 해드리다 보면, 변화를 위한 환경을 찾고 만들어야 하는 경우들이 많으세요. 마인드와 정신력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닌.



그런데 사실 변화를 위한 환경이라는 것이 사실 우리 주변에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해요. 운이 좋아야 찾을 수 있고,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시간이죠.



그래서 그럴 수 있는 시간, 또 그럴 수 있는 공간으로 '독서모임'이라는 방식을 생각해 보게 된 것이었죠. 상담보다는 독서모임이라는 표현이 덜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고요. 가격 또한 제가 지금 심리카페에서 진행해 드리고 있는 상담에 비해 대폭 낮춘 가격으로 가격 부담의 문턱 또한 낮출 생각입니다.



특히, 익명성을 보장되는 것 또한 오셔서 무언가를 접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불편감을 낮춰줄 수가 있겠죠. 이 부분은 30일간의 기록 중 언젠가 다룰게요.




막연한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저는 예전에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제가 쓰고자 하는 연구 주제와 관련된 최신 논문들을 찾아서 보는 것입니다. 특히, 논문 맨 뒤에 있는 "제언" 부분을요.



논문에서 "제언(recommendation)"은 해당 주제에 관해서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연구를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마치 이런 거예요. '나는 여기까지 밝혀냈으니 다음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밝혀냈으면 좋겠어. 이런 부분을 좀 더 알아보면 좋을 것 같아.' 같은 거죠.



막연한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사례들을 분석하고 참고하고 반영하는 것은 참 유용한 것 같습니다. 키(key) 논문이라고도 하죠. 참고로, 논문 베끼는 것이랑 키 논문을 바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장해가는 것은 전혀 다르답니다.



키 논문을 사용하는 것은 기존 사례를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데에 참고를 하는 것이니까요. 일부러 시행착오를 늘릴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러지 않아도 수많은 시행착오들과 수정과 보완이라는 시간을 거치게 될 테니까요.



그런 점에 제가 생각하고 있는 심리카페여서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독서모임을 구체화시키는 데에 영감을 주는 독서모임으로써 "Read for Action"이라는 독서모임의 이야기와 모습은 저의 실행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었답니다.



'Read for Action'가 2011년 일본 관측 사상 최고 지진 규모의 지진과 대형 쓰나미와 원전 사고로 인한 폐허가 된 현실 속을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안고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를 드렸었죠. 그러한 배경이 지금 제가 생각하고 있는 독서모임의 배경과 비슷해요.



2011년이 아닌, 2023년 시점에서, 지진과 쓰나미와 원전 사고가 아닌, 타고난 성격과 자라온 환경과 보내고 놓여 있는 상황으로 인해 겪고 있고 갖고 있는 심리정서적인 좌절감과 무력감이 제가 만들고자 하는 독서모임의 이유이고 목표이거든요.




그리고 무기력에 관해 쓴 글에 남겨주신 댓글로 시작하게 된 30일간의 기록, 독서모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매일 적어드리겠다고 했던 것도 단지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만들려고 하고 있는 그 무언가가 가지고 있고 따뜻하고 좋은 온기가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무기력에 잠겨 있다는 것은 주위에 좋은 영감과 기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연함과 실행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거나 없다는 것의 반증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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