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심리카페에서 준비하는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만들어가는 30일간의 기록과 생각을 담고 있고, 이 글이 열다섯 번째의 글이랍니다.)
저는 연남동에서 심리카페를 하다 보니 주말에는 주중보다 예약 손님들이 많이 잡힙니다. 그 와중에는 안타깝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반응하시는 분들이시죠.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심리정서적인 독립이 필요하세요."
그럼, 저는 어쩔 수 없다는 말인 거네요.
위의 대화는 제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분들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극단순화를 시킨 것입니다. 다름 아닌 생각이 경직되어 있고 움츠러들어 있는, 그래서 너무 극단적으로, 너무 이분법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어차피 안 되는 것", "그런다고 무슨 변화, 무슨 의미가 있다고"라는 식으로 반응을 합니다.
타고난 성격적인 부분의 영향도 있겠지만, 타고난 성격보다는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 환경의 결과는 현재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경우들이죠.
그 환경에 저항할 "의지"도, 그 환경에서 독립하고 나왔을 때 삶을 살아갈 "유연함"도 두려움과 겁에 다 메말라버린 모습이죠. 메마른 상태에서는 방법이 효과가 없습니다.
그동안 수천 명의 분들을 상담해 드리면서 끝도 없이 접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그 누군가가 행동을, 변화를, 선택을 못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단지 방법을 몰라서 행동을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감 능력은 없는 분석적인 사람에게 있어서는 당신의 의지와 유연함을 다 말라버리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스트레스가 뇌에서 정보 처리를 할 수 있는 용량을 감소시켜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판단 능력, 대처 능력, 결정 능력을 떨어뜨리게 만듭니다.
그 결과는 생존을 위한 모면과 회피를 선택하죠. 쉽게 이야기를 해서 '포기하면 편해요', '괜한 욕심을 냈어. 힘들게' 이렇게 됩니다. 판단, 대처, 결정을 할 수 있기에는 그런 것을 처리할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모면과 회피는 그러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한 것이죠.
그동안 저는 상담을 하면서 도움이 되는 환경을 찾고 만들어가셔야 되세요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이제 3월부터는 그러한 환경으로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제공해드리고 자 합니다. 사실 그러한 환경을 찾고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밖에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었으니까요.
섬세한 누군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이고 시간이길, 좋은 영감과 기운을 주는 환경이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