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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r 01. 2023

독서 오마카세) 그림검사와 컬러 테라피로 마음을 읽다


(이 글은 심리카페에서 준비하는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만들어가는 30일간의 기록과 생각을 담고 있고, 이 글이 열일곱 번째의 글이랍니다.)



제가 치료센터에서 인턴으로 일했었을 때, 상담사로 일하시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상 깊었던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답니다.



그때 이 선생님을 실력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참 유능하고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말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도 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해야 해서 슈퍼바이저로 있으셨던 분에게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건강한 상담사는 자기 자신의 상태도 잘 관리하고 다루어야 하는 것 같아요.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고 계신 것도 아니고, 문제를 겪고 있어서 상담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시간이 자신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죠.



이와 비슷한 모습을 제가 힘들었을 때 찾아가 상담을 받곤 했던 원장님 또한 보여주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원장님은 동료 정신과 선생님들과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갖는 방식으로 그런 시간을 갖고 계셨습니다. 본인의 병원 세미나 실에서 정신분석과 인지치료 관련 세미나를 하면서요. 시간이 여유로워서 그런 순간을 갖는 것이 아니라, 따로 시간을 만들어 그런 순간을 갖는 모습이 그냥 막연하게 살고 있던 저의 모습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었죠.



어떤 분야에 있어서 전문가이신 분들도 계속 보다 좋은 상담을 위해, 보다 좋은 컨디션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깊이 있는 이해와 안정감을 갖기 위해 그런 시간들을 찾고 만들어서 갖고 있다는 것을 보며 생각이 확장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몇 년 전 네이버 엑스퍼트라고 온라인을 통한 상담을 제공해 주는 곳에서 그림검사와 MBTI를 접목한 상담을 구상하고 그것을 현실화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에는 MBTI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지 않았기에 엑스퍼트 담당자에게 컨택해서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MBTI라는 카테고리가 새로 생성을 했었죠.



그리고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상담을 온라인을 통해 진행이 가능한지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그때 네이버 엑스퍼트에서 상담가로 활동하는 분에게 상담을 신청해서 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작하면서 새로 엑스퍼트에서 상담을 준비하고 있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서 신청했다고 밝히고 상담을 받았었습니다.



왠지 이 말을 안 하면 속이는 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누군가 상담을 해주다가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는 경험을 해보니 인턴 때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있다는 상담사 선생님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었죠. 되게 좋더라고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혼자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서 보는 것보다 더 좋을 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수백 권의 책과 자료, 그리고 수많은 상담 경험을 갖고 있는 분이 자신의 갖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나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니 말이죠.




그런데 당신은 어떠한 가요? 그런 시간을 갖고 계시나요? 그런 곳을 갖고 계시나요?



제가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드리다 보면, 한번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보고 싶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냥 막연한 제3자가 아닌 전문가를 통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고요.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도 스스로 찾고 만들어 그런 시간을 갖고 활용을 하는데, 그리고 어떤 누군가들은 용기를 내서 찾아 그런 시간을 갖곤 하는데, 그냥 혼자 참고 견디고만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 1인 가구 시대, 언컨택트 사회에서는 더욱 잘 챙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심리 정서적인 부분에 대해서요. 먹는 것과 몸 관리, 돈 부분은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많이들 신경을 쓰고 추구를 하는데, 심리 정서적인 부분은 기분 전환과 재밌고 즐거움을 갖는 시간으로만 대체하고 있지는 않나 싶습니다.






낯선 외국말이었던 '오마카세'란 표현이 있습니다. 일식집에서 접하게 되었던 표현이 요즘은 참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맡긴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표현인데, 세프에게 모두 맡겨서 좋은 경험을 갖고 싶을 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제가 준비하고 오픈한 독서모임인 '연남동 독서모임 안전가옥'을 <독서 오마카세>라고 부르고 싶더라고요.



그림검사와 컬러 테라피로 내 상태를 읽고 그에 도움 되는 책도 찾아주는 모습이, 셰프가 재료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건네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예전에는 무척 고급스러운 곳에서만 썼던 오마카세가 요즘은 대중적인 모습으로 곳에서도 사용하듯, 부담스럽지 않게 접하면서 어느 수준 이상의 깊이 있는 경험을 만들어 드리는 제 심리카페, 독서모임도 비슷해 보이거든요.



좀 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심리 정서 상태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 같은 시간이 아니었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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