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제 심리카페여서 가능한 독서모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무기력과 관련된 글에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묻는 댓글이 올라왔었습니다.
생각은 바람을 도와주고 싶었고, 그래서 도와드릴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물으셨지만, 무기력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행동으로 옮기고,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저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저렇게 해도 되는 거구나.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러한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경험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독서모임 진행과 관련된 모습이나 생각들에 관한 내용을 매일 올려드리겠다고 하고, 그렇게 매일 올리고 있은지 18일째이네요.
처음 머릿속에 정돈되지 않고 막연하게 갖고 있었던 생각들이 지금은 몇 가지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예약을 할 수 있는 포맷 또한 갖추어 오픈을 하였습니다. 이제 이러한 공간, 이러한 시간이 있음을 알리고, 좀 더 독서모임을 견고하게 다듬어가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죠.
모든 것들을 알아보고 준비하고 계획하고 나서 움직이는 방식도 있지만, 어느 정도 확인할 것들을 확인하고 나서 시도해 보고 싶고, 시도해 볼 만한 가치와 의미, 그리고 필요가 있다면 실행해가면서 완성도를 끌어오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무언가를 실현시키고 현실화시킨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경험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내가 알아보고 준비하고 계획한 것이 막상 현실로 들어가고 실전으로 들어가면 그게 중요한 것들이 아니었고, 생각지 못했던 변수와 생각지 못했던 더 좋은 기회와 아이디어들을 발견하게 되어 빠른 수정과 보완이 더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요.
이러한 이유가 구체적인 방법이 실질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다는 것을 모르면 구체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드리고 있겠지만, 경험해서 알고 있는데 그럴싸한 이야기를 해드리는 것이 불편했었거든요.
'말로 어떤 내용을 듣는 것'과
'자기 경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말로 무언가를 설명해 주는 것은 제시나 제안과 같습니다.
반면 경험은 직접 경험해서 확인한 것입니다. 설명은 확신이 필요한 사람에게 안심을 시켜주지 못합니다.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말로 이야기해 주는 것은 계속 무언가 부족하죠. 안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인만 하다가 결국 '지금은 때가 아니야' 하고 미뤄버리거나, 지금의 상황이 불편은 하지만 일어날 상황은 부담스러워 포기해버리기도 하죠.
왜냐하면, 부담스러움은 두려움에 기반을 둡니다. 손실과 손해에 대한 두려움이죠. 하지만 불편함은 더 나은 삶과 환경에 대한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바람만 없애면 그만인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행동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쓰는 말은 이것 아닐까요?
그래서 죽을 만큼 힘들어? 아니잖아.
이거 하나면, 끝나버릴 생각은 사실 유약함과 경직됨의 반증입니다. 손실과 손해가 가장 없어 보이는 것으로만 선택하며 민망해지고 쪽팔려지는 것들만 피하며 순간순간 불편함만 모면하며 움직이는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분주하면서도 무기력하게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분주함은 휘발되어 점점 사라져가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말 원했던 것들이 아니었던 분주함이었으니까요. 그러면 남는 것은 원래부터 있었던 무기력함입니다.
한번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볼까요? 만약에, 누군가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칩시다.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어떤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어떨까요?
내가 봤어.
그리고 내가 직접 해보고 확인했어.
생각과 말, 그리고 설명 보다 진짜 경험이 갖고 있는 힘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안심을 시켜줍니다.
코끼리, 말뚝, 족쇄,
힘 있는데 못 벗어나는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말뚝과 족쇄에 묶여 있는 코끼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덩치가 큰 코끼리는 말뚝과 연결된 족쇄를 한쪽 다리에 채우면 그 말뚝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 주는 먹이만을 먹으며 생활한다고 합니다.
사실, 어린 코끼리가 아니면 얼마든지 땅에 박혀 있는 말뚝을 뽑아버릴 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를 못합니다. 어린 시절 시도를 했지만 안 되었던 실패 경험이 행동하기 두려워합니다.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안돼. 말뚝이 뽑히고 나면 더 문제는 커져.' 란 생각처럼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있는 것이죠.
그런 코끼리에게 "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 넌 할 수 있다니깐."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실패의 경험이 있는 코끼리는 그럼 어쩔 수 없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바로 이야기하자면,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말뚝에 연결된 족쇄를 뽑고 나가버리는 다른 코끼리를 보게 되면, 그때 시도를 해보게 됩니다. 막연한 두려움과 염려가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을 했기에 막연함이 아닌 것으로 안심되었기 때문입니다.
"넌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주는 말을 아무리 해도 이루지 못했던 일이 한순간에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동을 위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서 행동을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어나게 될 일들에 대해 대응하고 대처하는 감각과 근력이 없고, 직접적으로 경험해 본 적이 없어 막연함 속에서 분석과 생각만 늘어나기 때문에 행동을 못합니다.
부담감을 낮추고 내려놓기 위해서 시도의 장면과 행동의 모습을 많이 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래도 되는 거였구나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감각과 근력은 분석과 생각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감각과 분석은 직접적인 자기 경험을 통해서 키워지게 됩니다.
2월 한 달 독서모임 준비로 서울에서만 있다가 오랜만에 이번 주 제주도에 와서 드라이브하다가 전에 왔다가 바다 뷰가 너무 좋아 마음에 들었던 카페를 다시 갔었답니다. 에오마르라는 카페인데, 바다 뷰로 했을 때 제가 갔었던 제주 카페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랍니다.
창가에서 독서모임과 관련해서 노트북 작업을 하다가 창밖으로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답니다. 제주가 온도는 춥지 않은데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체감 온도가 정말 춥게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오늘이었답니다.
추운 날씨인데 자세히 보니 맨발로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사장을 걷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보고 있다 보니깐 저도 맨발로 걷고 싶어지더군요. 춥지 않나? 맨발로 걸어도 괜찮나? 젖은 발은 이 추운 날 어떻게 말리지? 등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사람이 맨발로 또 걸어가네요.
그렇게 맨발로 직접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저 사람들도 하는데 할 만하고 할 수 있으니까 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바지를 걷고 맨발로 바다에 발목이 잠긴 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바닷가 산책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해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했죠. ^^
무기력,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에 이끌려 그냥 하면서 자기 경험을 늘려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더라고요.
말뚝과 족쇄에 묶여 있던 코끼리가 말뚝과 족쇄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도, 바닷물이 밀려오는 모래사장을 걷게 되었던 것도, 독서모임을 만들어가며 자리 잡기 위해 무언가들을 하고 있는 모습도 위의 사진에 있는 진짜로 직접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접하면서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도 그런 이끌림을 주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마치며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었던 것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바닷가의 전체 뷰를 전달해 드리고 싶어서 오늘 찍었던 영상을 올려드립니다.
바닷물이 엄청 차더군요. 그래서 더 정신들고 살아 있는 느낌이었고 재밌었어요.
그리고 그래서 더 마른 모래가 더 따스하고 부드럽게 느껴져서 좋았고요. 생각보다 물기가 금방 마르더라고요. 저렇게 걸어보길 잘했던 것 같아요. 이제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서울 올라가서 카페에서 일하며 독서모임이 자리 잡을 수 있게 이런저런 일들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