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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y 03. 2023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




안녕하세요, 숲길에 있는 작은 비밀장소, 연남동 심리카페의 도인종입니다. 


혹시 그럴 때가 있나요?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요. 저는 요즘도 가끔 살짝 살짝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요. 전 그럴 때 도움이 되는 말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책에서 툭하고 던지듯 말하는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전 이 말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너무 거창하거나, 너무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럼,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서 저 말이 나오는 부분을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할 수만 있다면 마음을 통째로 꺼내서 박박 뺀 다음에 다시 집어넣고 싶어."


연희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중얼거렸다. 사방이 슬프도록 아름다운 계절이다. 5월이고, 초록이 가득하고, 꽃 향기가 훈풍을 따라 사방으로 퍼지는 아름다운 밤이다. 


"만약에 말야. 만약에 괴로웠던 기억을 다 지워버리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계속 그 생각만 나잖아. 근데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친구도 만나. 분명 나는 웃고 있는데 마음은 욱신거려. 일을 하는데 마음이 욱신거려. 이거만 없음 살 거 같은데."
"마음이 닳는 것 같은 기분 알지. 이렇게 살아 뭐 하나 싶네. 의미 없다."


이번에는 재하가 말했다. 재하는 도통 살아 있음에 의미와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자기 삶을 사랑하며 사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얼마나 빛나는 사람일까? 늘 궁금하다.


"눈 떠지니까 뜨는 거고, 사니까 살아지는 거야. 넌 안 그래?"


재하의 말을 듣고 연희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내리며 폴발레리의 문장을 생각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불행하지 않으면 좋은 거야?"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거 아닌가요?"
"삶에서 불행을 빼면 행복만 남아?"
".... 그렇지... 않을... 까요?"
"하루 중에 불행과 행복 딱 두 가지 감정만 느껴?"
"아니요! 두 가지만 느끼면 어떻게 살아요!"
"그럼 어떤 감정들을 느껴?"
"뭐, 졸리고 짜증나고 배고프고, 일 가기 싫고, 집에 있는데도 집 가고 싶고 뭐 그래요. 가끔 살아 있는 거 느끼고 싶으면 오징어 씹어요. 한참 씹어도 질겨요. 제 인생 같아요. 질겅질겅 씹어도 잘리지를 않아요. 또 그렇게 한참 씹으면 이빨 아파서 확! 짜증나잖아요? 그럼 살아 있는 거 같아요. 웃기죠... 이게 불행인지 행복인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어요."
"어떤 아픈 기억은 지워져야만 살 수 있기도 하고,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그 불행을 이겨내는 힘으로 살기도 하지. 슬픔이 때론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해."


어떤 말을 시키건 술술 하고 싶은, 잊은 게 아니라 외면하고 살던 기억이 절로 상기되는 오늘은 그런 밤이다. 






"종일 밝게 웃는 사람들 보면 왠지 마음이 짠해. 욱신거려. 종일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웃음 뒤에 슬픔을 감추어야만 살 수 있으니까 웃는 거지. 마음에 얼룩으로 남은 아픔을 지워야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도 있어."


유난히 밝게 웃던 재하의 웃음을 보며 지은은 달의 이면을 생각했다. 언제 죽어도 괜찮다는 눈빛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기에 세탁소에 재하가 처음 들어오던 순간부터 신경이 쓰였다.






얼룩으로 남은 아픈 마음을 지워준다는 저 여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 눈빛은 천 년을 산 사람처럼 깊고 슬프면서 묘하게 따뜻하다. 온기 있는 슬픔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눈빛이다. 


재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입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눈동자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까. 말은 생각의 언어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눈동자의 흔들림까지 막을 순 없다. '사랑해' 하고 입으로 말하지만 눈은 감정 없는 이들. '힘들어' 하고 말하지만 눈은 살아 있는 게 재밌어 죽겠다는 이들. '날 믿어' 라고 말하지만 눈에는 진실 한 점 없는 이들. '엄마 금방 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하고 나간 연자 씨의 눈빛은 슬프고도 슬펐다. 


"하나만 지워. 다 지우면 인생에 뭐가 남겠어.... 상처도 인생인데. 가장 아픈 얼룩 하나만."


지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눈빛과 말이 일치하는 순간. 재하의 몸이 전율하듯 떨린다.


"외로움을 지우고 싶어요."
"외로움?"
"...네... 연자 씨가 일 나갈 때마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나가던 그날의 외로움이요."


"집에서 연자 씨가 오기를 기다리던 기억을 지우고 싶어요.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잠글 때면 저는 늘 공포스러웠어요. 하지만 소리칠 수 없었어요."
"외로웠겠다. 많이 무서웠겠어."
"네. 가장 무서운 건 연자 씨마저 돌아오지 않을까 봐. 그게 가장 무서웠어요. 무서울 때면 머릿속으로 텔레비전에서 본 영화를 상상했어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야기를 상상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하하... 웃기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이런 거라니."
"하나도 안 웃겨. 이런 건 웃긴 게 아니고 슬픈 거지."
"맞아요. 슬픈 거죠. 슬픈 걸 슬픈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자유롭고 멋진 일인 줄 아세요? 그거 아무나 못 해요."
".... 알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숨 쉬기. 숨 쉬기가 제일 중요해. 숨 잘 쉬어야 살 수 있잖아? 숨이 잘 쉬어지면, 그때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면 돼. 문제 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마음의 얼룩도 그래.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마. 그날까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







숲길에 있는 작은 비밀장소의 보관할 적절한 런닝타임과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과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춰 오디오 콘탠츠로 제작하기 위해 부분부분 각색하고 다듬었습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라는 좋은 책을 내주신 윤정은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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