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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y 30. 2023

부모도 자식에게서 독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애를 쓰듯, 부모도 자식에게서 독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숲길에 있는 마음약방, 연남동 심리카페입니다.


자식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서운해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의 모습에 속상해하는 분들도 있죠. 이런 부모님, 이런 자식인 분을 생각하며 이근후 님의 <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을 다듬어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참고로 이근후 님은 현재 연세가 여든여덟로 이 분이 들려주시는 힘과 깊이가 있는 이야기가 당신에게 생각에 변화를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전 친구 하나가 찾아와 한바탕 하소연을 늘어놓았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마음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의지를 세워서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겁이 나서 변화를 선택하지 못했고,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해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반복했다는 후회였습니다. 


오죽하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했던 친구 의사가 통계를 내 보았더니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후회 1위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더라면...'이었다고 합니다. 저 또한 주변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 것을..."이라고 후회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됩니다.


그런데 후회의 감정이 든다고 해서 잘못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 번도 뜻대로 살아 보지 못했으니 지나온 삶이 전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요?


사람마다 타고나는 기질이 다릅니다. 갓 태어난 아기들도 서로 기질이 다름을 보여주죠.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간호사가 아기 입속 이물질을 제거하고 기도를 확보하기 위한 기구를 아이의 입에 집어넣는데, 그때 어떤 아이는 감각이 예민해서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재끼지만, 어떤 아이는 살짝 찌푸리는 것으로 끝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만큼 기질은 천성적인 것입니다.


기질은 환경을 만나면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인격과 자아가 형성이 됩니다. 


어떤 때는 환경에 맞춰 기질을 누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능동적으로 환경을 바꾸어 나가기도 하죠. 그렇게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해 온 노력의 결과가 '지금의 나'이고 '인생'입니다. 인생은 기질과 환경 사이에서 매 순간 이루어진 선택의 합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후회해도 내 인생이고, 만족해도 내 인생입니다. 과거의 삶이 무엇이었든 간에, 내 인생은 내가 만든 독창적인 예술품입니다. 그러니 습관적으로 비교하고 가지 못한 길을 아쉬워함으로써 자기 인생의 격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순간을 견뎌 지금 이렇게 있는 것 자체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의 수고와 노고를 칭찬해 주어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후회의 감정이 든다면, 그래서 억울하고 답답하다면, 그것은 가 보지 못한 길,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이 크게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시도하면 됩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환경을 중심에 놓고 자신을 맞추는 쪽으로 살아왔다면,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중심에 놓고 살아보면 어떨까요?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바꿀 수 없는 과거, 통제하면 안 되는 자식의 현재를 붙잡고 바라보며 부질없는 후회를 거듭하느니, 이제라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는 편인 훨씬 생산적이고 발전적입니다.



공원 벤치에 두 노인이 앉아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한 노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누가 충고를 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이 꼴이 되었다오!"


그러자 상대편 노인이 응수하듯 말합니다.


"나는 남의 말만 들어서 이 꼴이 되었지 뭐유!"


이렇게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인의 말처럼, 어떻게 살아도 후회가 남게 마련입니다. 후회란 객관적인 평가에 따르는 것이 아닌, 주관적인 것이고, 후회의 감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후회감은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정도로 갈무리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쨌든 그 시점에서 당신이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결과물이 당신의 인생일 테니까요. 


다만, 누가 뭐라고 하든, 어떤 삶을 살았든, 인생의 주인은 당신이어야 합니다. 


당신이 살아온 궤적에 만족하든 만족하지 못하든, 결국은 본인이 선택한 한 발짝 한 발짝이 쌓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내 인생이 결국 내 선택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후회는 아쉬움으로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내일을 향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자기 삶에 대한 선택권입니다. 자기 삶에 대한 선택권이라는 건, 삶에 자기 통제권을 회복시켜 가는 것을 말합니다. 나의 시간을 남의 눈치나 보며 낭비한다면 얼마나 아까운 것일까요?


지금 자신이 자식을 놓지 못하고 있어서 나오게 되는 모습에 대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강경한 생각에 붙잡혀 있기보다, 자식은 자식의 삶을 살아가게끔 놔주고, 나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진취적인 사고를 해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내고자 하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나를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 떠오릅니다. 자식은 놓아주고 자신에게 귀 기울이세요. 


미국의 화가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는 75세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1,6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생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의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내리고 있는 선택이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바라보고 있는 존재로 만들고 있는지,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와 자식,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삶, 내 인생에 대한 이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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