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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May 09. 2024

바다 마을 폐교는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서해 미술관


서산이라는 곳을 가볼 기회가 생겼을 때 제일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는데, 바로 '서해 미술관'이었습니다. 


왜 그런 이끌림과 호기심이 생겼는지는 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느낄 수 있었죠.



그건 인위적이지 않음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술관이라는 점이었죠. 



서해 미술관은 바닷가 근처에 있는 폐교를 미술관으로 만든 곳이랍니다. 



전 이곳이 소설같이 느껴졌던 건, 미술관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고 미술관으로 여겨지는 건물로 가는 길에서부터였답니다. 


운동장 주변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청소인지, 정리인지, 무언가 하고 계시던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미소 지으며 저에게 인사를 건네주었기 때문이었죠. 


서해 미술관 사이트에 있는 사진


전 막 사교적이지는 않은데, 하는 일이 사람을 만나 심리상담을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또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폐쇄적이지는 않은 편이랍니다. 전 이 분이 누구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 미술관에 관해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답니다. 


그동안 제가 가봤던 미술관들하고는 그 결이 달랐던 이유를 들려주셨어요.



특히, 야외에 있었던 나무 위에 만든 이 아지트 같은 것을 보며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도 알게 되더라고요.



뭔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같기도 하고, 망원경 같은 것이 저 안에 있어 뭔가 다른 세상을 보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편하고 좋은 사람과 저 안에서 보내온 시간과 갖고 있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런 느낌을 받게 된 것이, 청소를 하시다가 저를 보고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네주었던 분이 이 미술관의 관장님이셨어요. ^^ 


KTV에 나온 영상 캡처


KTV 다큐멘터리에 나온 관장님 모습이에요. 이 분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삶을 살아가고 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서해 미술관이 특별했던 이유도, 미술관에서 이런 관장님의 모습이 느껴져서였던 것 같아요.


PD:  아침에 오셔서 장작 패기부터 시작하시는 거예요? 

서해 미술관 관장님:  네, 장작불 피우고 장작 패고 백팔배하고 작업하고, 심심하면 작업하고, 손님들 오면 같이 차 마시고, 신선놀음합니다. 신선놀음. 


본래 학교로 사용하던 건데 학생수가 줄면서 폐고가 되었어요. 2000년도에 이곳은 본래 이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23년 전 고향에 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폐교였죠. 그 소식을 듣고 여기에 미술관을 했으면 좋겠다, 막연하게, 구체적인 계획없이 구입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산지역 최초의 공식 제 1호 미술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예술인들의 아지트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으로 항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서해 미술관 안을 보여드릴게요.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호기심 가득해보이는 노란 풍선 머리 캐릭터 조각이 있어요. 그리고 이 아이가 미술관 여기저기에 이야기를 만들고 있답니다. 



건물 입구에 있던 노란 풍선 머리 캐릭터(달토끼라고 해요)가 미술관 이곳저곳에 있는 것이 재밌게 느껴졌어요. 꿈나라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 조각(?)은 20대 작가님이 만든 것이라고 해요. 



떡방아 찧던 달토끼들은 퇴근 후에는 뭘할까? 신나게 여행을 한다면 어떨까? 재미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저 달토끼를 만든 작가님이 '지금은 내가 일탈할 수 없으니 작품을 통해서'라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인상적이더라고요.



신다혜 작가님:  사실 대전에 있을 때는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온 것도 있어요. 어차피 거기서 힘들게 생활하느니 좀 편하게 작업하고 싶다. 그래서 오게 됐는데, 또 우연하게도 조각협회를 들어가게 됐어요. 선생님(서해 미술관 관장님)이 계신, 그러다 보니깐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예뻐해 주셔서 이렇게 좋은 전시기회도 있고, 



미술관 근처에 저 노란 풍선 캐릭터가 있어요. 마치 그림책에 나오는 한 장면 같아요. 



건물 안에서 보던 것과 건물 밖에서 보는 것이 그 느낌이 달라 재밌더라고요. 구경하고 있는 달토끼를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그런 기분이랄까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으셨어요. 제가 갔던 날에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서 서해 미술관에서 무언가를 진행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더라고요. 서산 지역만이 아닌, 이런 곳이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참 인상적이었어요.



미술관은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초등학교의 구조인지라 앞에 메인 건물이 있고, 뒤에 창고가 있어요. 그리고 뒤에 있는 창고 역시 작은 미술관으로 작품들을 전시해놓고 있어서 좋더라고요. 



메인 건물 앞에는 테이블들이 있어서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매력적이었어요. 쉼을 갖고 싶은 분들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갖게 해 줄 것 같아요.



이 미술관이 준 영감과 기운은 생각과 시야를 유연하고 넓혀주어서 좋더라고요. 우리에게 필요한 그 영감과 기운을 접할 수 있는 숨은 아지트 같은 곳, 서해 미술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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