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 어촌 마을에 칼국수 집이 하나가 있습니다.
관광지 느낌이 아닌, 작은 어촌 마을 그대로인 곳에 왜 이런 식당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감태 바지락 칼국수를 파는 곳이죠.
감태란, 김은 아닌데 김처럼 네모지게 생겨 가지고 김과 묘하게 다른 맛을 내는 녹색 실 같은 식용 녹조류라고 해요. 들어는 봤고 먹어는 봤는데 그걸로 칼국수를 만든다는 것이 신기했죠.
이곳은 서산이라는 곳에 가보게 되어 서산에 대해 검색해 보았을 때 알게 되었어요. '뭐지?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검색하던 날 올라온 칼럼을 보고 찾아가게 되었거든요. 아래 링크가 바로 제가 봤던 칼럼이에요.
[김준의 맛과 섬] [183] 서산 '감태 바지락 칼국수'
감태 칼국숙도 신기하고, 그렇게 접하게 된 칼럼도 신기하고, 그곳만의 음식 같아서 궁금하기도 하고요.
식당 안은 테이블이 4개 정도로 작은 식당이에요. 이곳의 매력은 식당 밖으로 보이는 정말 외진 작은 어촌의 모습이죠.
식당 밖으로 보이는 모습이 관광지 느낌이 나지 않아서 정말 매력 있었어요. 제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 나와 새로운 시공간에 있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정말 어촌이 주는 매력은 말로도, 사진으로도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직접 와야지만 알 수 있죠.
도시생활에 지치고, 바쁨에 시달리신 분들에게 정말 추천해 드려요.
식당 근처는 이런 서해 바다가 있어요. 서해 바다가 주는 매력은 동해와 남해, 제주도나 해외의 바다가 주는 예쁘고 웅장하고 화려하고 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어촌, 그것이 이곳의 매력이었고 쉼과 휴식을 바랐던 저에게는 딱 맞았죠.
메뉴는 두 가지예요. 감태 바지락 칼국수와 감태전.
반찬도 두 가지예요. 시원한 맛의 김치와 깍두기.
시골집에 어울릴 것 같은 그런 김치와 깍두기였어요. 정말 비움을 경험하게 해 주죠.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던데요.
맛있는 김치와 깍두기면 충분했던 것이었음을
주문을 하고, 직접 감태를 채취해서 만든다고 적혀 있는 말을 보고 더 좋게 느껴질 때, 밖에서 바지락 씻는 소리가 났어요. 박박 바지락 껍질끼리 부딪혀지며 씻겨지는 소리요. 정말 주문과 함께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는 게 너무 신기허더라고요. 테이블이 많지 않으니깐 이렇게 만드실 수 있으신 것 같아 좋던데요. 정말 시골 밥상 느낌이요.
감태 바지락 칼국수의 모습은 이래요. 칼칼하니 맛있었어요. 감태의 맛도 맛있게 나서 그냥 밀가루 면과는 다른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어촌의 뷰가 일상에서 벗어 나와져 있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것이 진짜 좋았답니다.
감태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 어촌을 잠시 산책하고, 처음 이곳을 오려고 할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제과점으로 갔어요.
여기에 이런 게 왜 있지?
감태 칼국수 집처럼 이 제과점도 여기에 이게 왜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바닷가 도로에 제과점이 하나가 있거든요. 실감하실 수 있게 위성지도를 보여드리면 이래요. 뒤는 논밭, 앞은 바다, 끝.
감태 칼국수 집과는 차로 1분 거리여서 후식 디저트를 먹을 겸 갔었죠.
제과점 앞에는 저렇게 물이 빠져 작은 배가 갯벌에 기울어진 채 있었어요. 동해, 남해, 제주도, 해외와는 다른 느낌의 바다가 주는 느낌이죠.
요즘엔 소금빵을 좋아하는데 이 날은 달달한 것이 땡겨서 초콜릿 휘낭시에를 골랐어요.
휘낭시에라는 금괴를 닮은 모양의 프랑스 디저트예요. 이름은 Financier로 금융가, 재정가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 초콜릿 금괴 하나를 선택했었답니다~
평일 낮이어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한 팀 정도씩만 있어서 저는 넘 좋더라고요. 제가 있는 곳의 분위기를 음미하고 누릴 수 있어서요.
들어올 때 봤던 배가 저렇게 보여요. 마치 하나의 그림 작품, 사진 작품 같아서 참 분위기가 예쁘고 매력적이더라고요. 예쁘게 꾸며서 예쁜 것이 아닌, 인위적이지 않은 예쁨이요.
초콜릿 휘낭시에도 맛있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얼음잔이랑 에스프레소 샷이랑 따로 주는 것도 새롭게 느껴졌어요. 연한 거 좋아하시는 분은 자신이 원하는 정도로 조절해서 드실 수 있는 매력이 이곳의 여유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빨리빨리가 아닌 그냥 '너 편할 대로' 느낌이여서요.
제과점 안은 카페처럼 그 안이 넓었는데, 카페 안을 구경하는데 인상적인 문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감태 칼국수 집도 그렇고, 초콜릿 휘낭시에랑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그렇고, 그리고 제가 있었던 공간이 주는 매력들도 그렇고, 내가 지금 여기서 행복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더라고요.
행복하려고 애쓸 필요 없이, 행복한 순간 안에 내가 있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