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와 골목길이 예뻤던
두브로브니크 라파드

호미의 유럽 여행 #7. 2025년 9월 28일

by 호미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우린 캐리어를 끌고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걱정했던 돌길은 그냥 돌로 된 보도블럭인데 그렇게 울퉁불퉁하지 않아서 캐리어 바퀴를 굴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아주 넉넉한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해 시간 여유가 많았는데, 고속버스도 짐을 실을 땐 비행기처럼 무게 제한이 있다. 기사 아저씨는 휴대용 체중계를 갖고 다녔는데 와이프의 금색 캐리어가 중량초과가 됐다. 캐리어를 열어서 짐을 좀 뺐는데 다시 가서 중량을 맞췄다고 말을 했는데 말이 잘 안 통했다. (된건가?) 중량을 다시 재고 그럴 줄 알았는데 기사는 그냥 실으라고...

크로아티아는 인구가 400만이 조금 넘는 작은 나라인데 그래도 대부분의 인구는 주요 몇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중간엔 산이 많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논이나 밭 같은 걸 본 적이 없는데 이 나라는 뭘로 먹고 사나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 보니 나름 기술이 발달한 나라라 한다.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이동하는 중에 라스토케라는 마을을 잠시 얘기한 적 있는데 버스 타고 중간에 간간이 보이는 산속 마을들이 정말 예쁘다.

중간에 휴게소에 정차했는데 화장실 들어가는데 1유로를 내라는 안내문과 함께 동전을 담는 통이 문 앞에 놓여 있다. 우린 현금이 없어 화장실 가는 걸 포기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지켜 보니 지키는 사람은 없고 화장실 이용객 중에 누구는 돈을 넣고 누구는 돈을 안 넣고 개판이었다. 현금은 없고 화장실은 급하니 일단 볼일을 보고 걸리면 설명을 하자. 그렇게 볼일을 해결하고... (설명할 일은 없었다.) 휴게소에 갔더니 커피 자판기가 있다. 카운터에 가서 먹겠다고 얘길 했더니 카드로 계산하고 자판기 전용 코인을 하나 준다. 그걸 가지고 가서 에스프레소를 눌렀더니 소주잔 만한 종이컵에 바ᅟ닥에 깔릴듯 말듯하게 나오고 끝난다. 카운터로 가지고 가서 기계가 고장난 거 같다고 말했더니 그게 에스프레소라고... 나도 에스프레스가 뭔지는 안다. 양이 적다는 것도 아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 적다. 크로아티아 에스프레소는 특별히 더 적은 건가, 그런가보다.

버스가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자 안지가 예약한 집주인과 문자로 연락을 한다.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라이드를 해주겠다며 터미널까지 차를 가지고 오셨다. (고마와라...) 마리오라는 이름의, 나이가 좀 드신 아저씨인데 사람 좋은 분이었다. 주요 관광지는 두브로브니크 구 시가지인데, 그 근처는 숙박비가 비싸서 우린 차로 30분쯤 떨어진 라파드라는 곳에 아파트를 구했다. (우리나라 같은 아파트가 아니라, 에어비엔비처럼 집 한채를 여행객용으로 빌려 주는 걸 아파트먼트라고 하더라.) 집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큰 집의 아랫층 집을 쓰라고 내 줬는데 윗층엔 마리오 아버지네 가족이 사신다고 한다. 날씨도 좋고 집도 예뻐서 맘에 들었다. 주인 아저씨는 집 쓰는 법과 동네 관광하는 법 ᅟ등등을 알려 주셨다. 연세가 많은 분인데 영어로 의사 소통이 잘 됐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구시가지는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라파드의 해변을 구경 가기로 했다. 비치와 호텔이 모여 있는 관광지로 걸어 들어가니 깜깜해졌다. 유명한 케이브 바가 있다고 해서 거기까지 걸었다. 해변 동굴 속에 레스토랑이랑 바를 차려 놨다. 길에 고양이들이 제법 많아 보여서 좋았다. 깜깜해진 바다에 조명으로 밝힌 레스토랑이 늘어져 있고 그 사이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가니 주인아저씨가 말한 동굴 바가 나오더라. 동굴 속은 왁자지껄하게 노는 펍의 분위기였는데 우린 밤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테이블을 잡고 화이트 와인을 한잔씩 시켜서 분위기를 잠시 내보다 집에 들어왔다.

tempImage6nUCjM.heic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만난 고양이. 야외 좌석 하나를 차지하고 잠들어 있다.
tempImagef8gK04.heic 라파드의 케이브 바. 들어가면 꽤 크다. 3층까지 있었던 걸로
tempImagek9IduB.heic 케이브 바 실내는 시끄러웠다. 우린 화이트 와인을 시켜서 조용히 밤바다를 구경했다.
tempImagePSOavg.heic 숙소로 돌아가는 라파드 해변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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