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005
[홀로 떠난 유럽을 그리다] 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리알토 다리를 지나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보기로 했다.
빨리 걸으면 몇 십분 걸리지 않는 거리이긴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며 걸으니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산마르코 광장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아. 여기구나. 이렇게 생긴 곳이었구나.
그런데 그림을 그리고 싶을 만큼의 감흥은 없었다.
두칼레 궁전도 아름다웠고 날씨도 좋았으나 그다지.
그래서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가이드 투어의 집합장소랄까.
몇 개의 깃발과 그 뒤로 줄 서는 사람들이 보였다.
서양인들이 깃발을 따르는 모습을 보니 조금 신기해 보이기도 했다.
낮 시간에 가면 사람 많고 정신없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그랬고, 예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 익숙해졌고 어느새 사람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내게 특히 재미있어 보였던 것은 엄청난 수의 비둘기들.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비둘기 모이를 파는 사람들이 손에서 모이를 떨구며 걸어가면
우르르 모여서 따라가거나 그 사람 위에 앉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사람들은 지저분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생각했다.
옆에 서서 구경하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내게 모이를 건네려 했는데
모이를 받아서 비둘기에게 주면 돈을 내라고 요구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이 생각나 자리를 피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바다 쪽으로 나와 구경을 하는데
강렬한 주황색 옷을 입은 무리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다가가 보니 스님들이었다.
스님 한분은 DSLR로 사진을 찍으시고
전혀 상관없는 어느 행인은
젤라토를 들고 지나가다가 멈춰서 구경을 한다.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나도 괜히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지켜보고 있다' 스님의 압박-
그림이 궁금하여 살짝 봤는데 무척 잘 그려서 놀랐다.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해서 구경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같이 한 장 찍을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