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006
[홀로 떠난 유럽을 그리다] 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많이 들은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질문.
그래.. 나라도 그게 궁금할 거야-
하지만 저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되묻고 싶어 진다.
여행을 했다고 해서 꼭 뭐가 달라져야 해?
그건 마치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였으니
당연히 얻는 것이 있어야지?라는 말 같잖아.
돈과 시간을 들였으나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나.
꼭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닌데.
사실, 여행은 나를 참 많이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여행에서만 왔다고 볼 수는 없다.
나에게는 이런저런 사적인 일들이 있었고,
그 후에 여행을 떠났으므로.
그들이 함께 빚어낸
가치관, 인생관 등등 전반적인 변화를
어떻게 한두 마디로 표현할까.
하지만,
아주 확연하고 뚜렷하게
달라졌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연애에 대한 관점과 이상형.
책을 읽다가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생각했더니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었다.
의지가 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그도 불완전한 한 명의 사람일 뿐인데.
옆에 있어서 좋고, 당장 옆에 없어도
곧 옆에 있을 거라서 기분이 따뜻해지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살다가 길을 잃으면 짜증내지 않고
함께 지도를 봐주는 성의 정도를 보일 줄 알면
계속 나란히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도 모두 힘들게 살고 있는 세상인데
꼭 남자는 이 정도를 갖춰야 하고,
여자는 이런 걸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서로에게 심리적 짐을 지워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
먼지처럼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날에
넋 놓고 안겨있어도
별말 없이 가만히 있어줄 줄 아는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함께 무엇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함께 걷고 싶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 사람과 하고 싶은 것이 고작 이건가?
스스로도 조금 의아했다.
나는 그저 옆에 있는 것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구나.
기분이 마치 먼 길을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물에 깨끗이 헹궈 햇볕에 뽀송 하게 말린 빨래 같다.
유럽에 가기 전에는
연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열망이
무척 강했는데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
함께하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많이 달라진 것만 같다.
살다 보면 또 달라지는 날이 오겠지만,
나는 지금 이 변화가 싫지 않고 한결 마음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