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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A Sep 08. 2015

여행하고 달라진 것.

베네치아 #006

[홀로 떠난 유럽을 그리다] 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을 해서 뭔가 달라졌어?



참 많이 들은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질문.

그래.. 나라도 그게 궁금할 거야-



하지만 저런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되묻고 싶어 진다.

여행을 했다고 해서 꼭 뭐가 달라져야 해?

그건 마치 돈을 들이고 시간을 들였으니

당연히 얻는 것이  있어야지?라는 말 같잖아. 

돈과 시간을 들였으나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나. 

꼭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살아있는 것이 아닌데.




햇살이 쨍- 한 부라노섬을 걸으며 연애와 삶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사실, 여행은 나를 참 많이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 변화가 여행에서만 왔다고 볼 수는 없다.

나에게는 이런저런 사적인 일들이 있었고,

그 후에 여행을 떠났으므로.

그들이 함께 빚어낸 

가치관, 인생관 등등 전반적인 변화를 

어떻게  한두 마디로 표현할까.



하지만,

아주 확연하고 뚜렷하게

달라졌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연애에 대한 관점과 이상형.



책을 읽다가 문득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생각했더니

'같이 있으면 좋은 사람'이었다.

의지가 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어차피 그도 불완전한 한 명의 사람일 뿐인데.

옆에 있어서 좋고, 당장 옆에 없어도 

곧 옆에 있을 거라서 기분이 따뜻해지는 사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살다가 길을 잃으면 짜증내지 않고 

함께 지도를 봐주는 성의 정도를 보일 줄 알면 

계속 나란히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도 모두 힘들게 살고 있는 세상인데

꼭 남자는 이 정도를 갖춰야 하고, 

여자는 이런 걸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서로에게 심리적 짐을 지워야 하는 걸까.

그런 생각.

먼지처럼 작아지는 기분이 드는 날에 

넋 놓고 안겨있어도 

별말 없이 가만히 있어줄 줄 아는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함께 무엇을 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물었더니

'함께 걷고 싶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내 사람과 하고 싶은 것이 고작 이건가?

스스로도 조금 의아했다.



아이의 옷과 양말이 사랑스럽다. 부라노섬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빨래 널린 풍경을 그렇게 좋아한다나. 



나는 그저 옆에 있는 것으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구나.

기분이 마치 먼 길을 돌아온 것 같기도 하고,

물에 깨끗이 헹궈 햇볕에 뽀송 하게 말린 빨래 같다.



유럽에 가기 전에는

연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열망이 

무척 강했는데 지금은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 

함께하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많이 달라진 것만 같다.

살다 보면 또 달라지는 날이 오겠지만, 

나는 지금 이 변화가 싫지 않고 한결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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