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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A Sep 11. 2015

카사바트요

바르셀로나 #002

[홀로 떠난 유럽을 그리다] 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사바트요에 가던 날은 

바르셀로나에 도착한지 이틀째였다.

설마 줄이 길겠어? 하고 다소 안일(?!)한 마음이었는데

도착하니 이미 긴 줄이 셋 쯤 있었다. 

저쪽 가로수 아래서는 

가우디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깃발 든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듯했다.


이날은 동행이 있었는데 우리는 

한 시간 반쯤 기다려 겨우 입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라는 내 말에 

동행했던 그녀가 "이건 오래 걸린 것도 아니에요." 라며 웃었다.




입장할 때 스텝들이 

헤드셋과 스마트폰처럼 생긴 전자기기를 줬다.

그것으로 각 공간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사진 찍듯 건물 내부를 비추면 

내부 디자인을 이용한 형상이 화면으로 나타났다.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줄이 별로 길어 보이지 않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궁금했었다.

각 공간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듣고 

화면으로 내부를 비춰 봐야 하니

빨리 볼 수가 없는 거다.

게다가 카사바트요 건물 자체가 

내부의 디자인도 아름다워서 더더욱 빨리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인원을 조율해 입장해서인지 

구경하는 동안 붐벼서 불편한 느낌은 없어서 좋았다.




건물 내부에도 곡선이 많다. 오른쪽 위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문 - 물결을 연상하게 하는 일렁이는 유리가 재미있다. 노약자만 탈 수 있다고 해서 아쉽지만 못 탔다.



카사 밀라였는지, 카사바트요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건물 내부에 

가우디가 활동하던 시기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 있었다.

벤치에 앉아 앞에  플레이되는 영상을 보는 곳이었는데

마침 다리가 아프기도 했고 

조금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던 것이 

예상보다 재미있어서 두 번 봤다.

영상을 보다 보니 

그 당시 가우디의 건축물이 

얼마나 특이하고 해괴해 보였을까 

조금은 짐작이 되는  듯했다.

그리고 저런 것을 보고 자란 사람이

이런 것을 만들었구나 라고 생각하니

역시 놀랍고 존경스러웠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서

당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열심히 검색했으나

정확한 년도와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서 보류했다.

혹시 가우디 건축물을 보러 가시는 분들은 

1800 1900  barcelona라고 검색해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다.






카사바트요는 1904년에 착공하여 2년 후 완성되었다. 

가우디가 1852년 태어났으니 그의 나이 52세 때의 일이다.

바다를 주제로 만들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봐도 

바다를 주제로 만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있다.

가우디는 기능과 구조, 상징을 하나로 연결하는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외관의 기둥들이 동물의 뼈처럼 보여

뼈의 집이라는 의미로 Casa de los  huesos라고도 한다.


카사 바트요는 

바트요라는 직물업자의 허름한 집을 개축한 저택이다.

당시 이곳에 저택을 가진 소유주들 사이에는 

유명한 건축가를 섭외해 화려한 집을 짓는 것이 유행했고 

가우디도 그렇게 섭외된 건축가였다.

그는 기존의 저택이 구조적으로 너무 낡아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무척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고민의 보람이 있었던 것인지

완공된지 10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집을 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2005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기까지 했다.




카사바트요는 숨 쉬는 커다란 바다생물 같다.

비늘을 조금씩 움직이며 숨 쉬는 예쁘고 화려한 생물.

우아한 곡선의 몸을 가진 사랑스러운 생물.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니 섬세한 디테일들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디자인이나 건축에 크게 관심이 없는 관광객들은

가우디의 건축물을 일일이 찾아다니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도 나는 시간이 급한 게 아니라면 

카사바트요는 구경하라고 권하고 싶다.

안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재미있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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