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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A Sep 23. 2015

밀라노의 불청객

밀라노 #002

[홀로 떠난 유럽을 그리다] 가 브런치북 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사 전이면 읽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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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즐겁게 피자를 먹을 때만 해도 나는 몰랐다.

몇 시간 후에 내 앞에 나타날 불청객의 정체를.




말쑥한 차림에 뿔테안경을 끼고 구걸하는 밀라노의 거지. 이 사람을 지나칠 때 나는 이미 불청객과 함께 있었다.





그 불청객은 설사였다.

숙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누가 들으면 폭죽 터지는 줄 알겠다 싶었다.

세면대에 틀어놓은 물도 소용없을 사운드였다.

그리고 이 낯선 냄새는…왜죠…



설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참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나마 배가 아프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러 갔던

산타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성당의 화장실에서 

누가 들어올까 봐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른다.



소화기관과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는 내게 왜 이런 거니.

이유가 뭐니, 뭐가 못마땅한 거니.

솔직하게 말해주면 내가 잘할게....



로마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아기 천사들. 무거운지 안색이 어둡다. 아마 화장실 갈 때 내 안색도 이 친구들 만큼이나 어두웠을 것이다.



피자, 파스타 같은 것들은 쳐다 보기도 싫었다.

나는 정말 여행하는 동안 잘 먹고 다니리라 다짐했는데!

절대 돈 아끼느라 굶지 않겠다고!!

그런데 이건 무슨 강제 다이어트인가!!! 



비상약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피렌체에서 약국에 가기로 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된 기분으로 

비장하게 노트에 이탈리아어로 ‘설사하다’를 썼다. 

어느 약국을 들어서려는데 젊은 남자 약사와 눈이 마주쳤고,

길을 잘못 들었다는 듯 돌아 나왔다.

아.. 아무리 그래도 젊은 남자 사람에게 

내가 설사를 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근처 다른 약국에서 

중년의 여성분에게서 설사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불청객을 만난 지 5일쯤 되던 날이었나

나는 드디어 그로부터 해방되었다.

판타스틱 4의 더 씽이 연상되는 결과물과 함께…

(판타스틱 4 더 씽 좋아하시는 분들, 기분 나쁘시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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