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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콕재택커 Jul 29. 2023

웹3와 폰지

본격적으로 웹3가 무엇인지, 웹3가 폰지(Ponzi)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폰지가 무엇인지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폰지 사기를 "신규 투자자가 출자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허위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 사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폰지 사기에서 사기꾼은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투자를 유치하고,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을 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더 이상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게 되면서 마지막 단계의 투자자 집단의 손실로 폰지가 마무리된다.    


폰지는 1920년 대 미국을 시끄럽게 했던 사기꾼 찰스 폰지(Charles Ponzi)의 이름에서 나온 단어이다. 1919년 찰스 폰지는 국제반신우표권의 국가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서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고 홍보해서 투자자를 모았다. 찰스 폰지는 45일 내에 투자금의 50%를 이자로 주고 90일 내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줄 것을 약속했다. 초기 투자자 18명이 1800 달러를 폰지에게 맡기고 약속된 이자와 수익을 돌려받았다. 물론 이 이자와 수익은 찰스 폰지가 만들어낸 수익이 아니라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에서 나왔다. 이 위장된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폰지는 신규투자자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신뢰를 확보했고 그 결과 8개월 만에 10,550명의 투자자로부터 98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 성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찰스 폰지가 투자받은 금액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160만 장의 국제반신우표권이 유통되어야 했으나, 그러한 대규모의 거래는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발생하지 않았다. 보스턴 포스트가 이러한 사실을 밝혀내면서 찰스 폰지의 사기행각은 끝이 났다. 투자자들은 투자금 1달러 당 30센트도 안 되는 금액만을 돌려받을 수 있었으며 총 피해 금액이 약 2천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 투자 금액 중 찰스 폰지가 우표권 구매에 사용한 금액은 6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메이도프 (Madoff) 사건도 흥미롭다. 메이도프 사건은 나스닥 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한 메이도프가 40여 년 동안 지속해 온 폰지 사기 사건을 의미한다. 주식 브로커였던 메이도프는 모든 투자자에게 10%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쉽게 투자자들을 모았다. 워낙 많은 투자자를 모으다 보니 실제로 10%의 수익률을 내지 않더라도 투자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10%의 수익을 돌려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쌓은 평판으로 나스닥 거래소 위원장까지 될 수 있었고, 이는 다시 더 많은 투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 폰지의 사슬은 2008년까지 이어졌으나, 세계금융위기로 다수의 투자자가 동시에 원금 상환을 요청하면서 메이도프의 펀드가 사실은 폰지 사기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메이도프는 찰스 폰지가 국제반신우표권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받은 자금을 가지고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익숙한 이름도 있다. 조희팔 사건. 이름은 메이도프보다 더 친숙하지만 조희팔이 이용한 사업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하다. 메이도프는 투자금을 받아 거의 그대로 다른 투자자에게 넘겼지만, 조희팔은 별도의 사업 모델을 추가했다. 즉, 의료기기를 구매해 모텔, 찜질방 등에 임대해 임대 수입을 받게 하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물론 이 의료기기 사업은 사업성이 거의 없었고, 조희팔이 보장한 투자 수익률 물론 아주 매력적인 수준이었다. 투자자는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투자했고, 조희팔은 그 투자금을 임대 수입이라는 명목으로 선 투자자에게 지급했다. 이 구조는 약 4년간 지속되었고 조희팔은 이 구조가 계속될 수 없다고 판단한 시점인 2008년 10월 남은 자금을 현금화해 도주한다. 


SEC는 다음 7가지를 폰지 사기의 위험 신호로 제시하고 있다. 1)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률; 2) 지나칠 정도로 변동성이 낮은 수익률; 3) 투자에 대한 등록 행위 부재; 4) 미등록된 투자사; 5) 복잡하고 비밀스러운 사업 전략; 6) 문서작업 상의 문제점; 7) 자금 회수의 어려움. 그중 일부는 많은 웹3 프로젝트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글로 폰지 사기의 구조를 보면 왜 폰지 사기에 당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겠지만,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정보 비대칭. 폰지 스킴의 투자자들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정보 비대칭에 놓여있다. 누가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지, 본인이 몇 번째 투자자인지, 투자한 사업의 실제 수익률은 어떠한지 등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럴듯해 보이는 사업모델, 그럴듯해 보이는 사업가 혹은 창업자, 그럴듯해 보이는 초기 투자자(Backer). 이런 그럴듯해 보이는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지면 폰지의 그림이 명확히 드러나지만 이들이 조각조각 나눠져 있을 때, 폰지 사기는 아주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보이게 된다. 무엇보다 성공한 폰지 사기의 경우, 사업 초기에 빠른 속도로 확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약속된 수익금을 얻은 후 투자금까지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사업 곳곳에 등장하면서 후발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퍼즐에 왜곡된 퍼즐을 끼워넣으면서 폰지를 완성시킨다. 


수많은 웹3 프로젝트들이 자신이  만든 프로젝트 구조가 혁신이 아니라 폰지임을 깨닫지 못한 채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결국, 성과없이 그리고 아주 무책임하게 사업을 종료시킴으로써 자신을 폰지 사기의 가해자로 만들고, 그 이용자들을 폰지 사기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필자는 그 폰지와 혁신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연재해 나가려고 한다. 그 경계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어떤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폰지인지 혹은 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지, 혹은 어떤 프로젝트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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