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물의 다음 키워드인 혁신에 대해 짚고 지나가 보자.
혁신이란 개념은 고전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한 산업혁명 이후의 지속되는 세계 경제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등장했다. 고전 경제학은 경제 성장을 인구성장에 따른 노동량의 증가와 자본의 축적에 의한 자본의 증가의 결과물로 정의해 왔다. 자본과 노동은 그 축적된 양이 증가할수록 추가된 자본과 노동이 만들어내는 효용의 크기가 감소하기 때문에 (한계효용 체감)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의 경제는 자본과 노동의 한계 효용 체감을 넘어 끊임없이 성장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기술 혁신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기술 혁신이 지속되면서 노동 생산성과 자본 효율성을 제고해서 경제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혁신의 대표적인 정의 몇 가지만 살펴보자.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혁신을 새로운 상품의 도입, 새로운 생산 방식, 새로운 시장의 개척, 새로운 원자재의 공급 채널 확보, 새로운 형태의 조직의 형성으로 정의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노동 생산성과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는 혁신의 역할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즉, 드러커에 의하면 혁신은 두 가지 방식으로 노동 생산성과 자본 효율성을 제고한다. 첫째, 똑같은 자원을 투입하고 더 많은 양을 산출할 수 있게 하며, 둘째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혹은 인식되지 못했던 가치를 발굴해냄으로써 같은 자원의 투입이 새로운 가치를 산출해 낼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개발은 같은 수의 인력을 활용해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주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차원의 혁신에 해당함과 동시에 게임이라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도입해서 그동안 인식되지 못하던 가치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차원의 혁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슘페터와 드러커는 어떤 조건하에서 혁신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슘페터는 다음 세 가지 요소가 혁신을 촉진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식과 정보의 축적이다. 혁신은 특정 개인의 아이디어 하나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개인과 집단들이 만들어낸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만들어지고 그 위에서 혁신이 만들어진다. 거인의 어깨에 서야 거인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식 재산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노력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 냈을 때, 그 노력의 비용보다 더 큰 기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그 사회는 혁신을 향해 움직이게 된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지적 재산권과 함께 오픈소스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지적 재산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의 기대가치를 보장해 주고 있다. 웹3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세 번째는 경쟁이다. 기업은 독점적 상태를 확보해서 혁신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희망한다. 기업이 경쟁상태에 놓였을 때, 혁신을 위한 노력이 극대화되고, 그 결과로 최대의 생산성을 만들어낸 기업만이 독점 이윤을 가져가게 된다. 독점 이윤 상태에서 기업의 혁신 동기는 감소하게 되며, 다른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경쟁 기업이 등장할 때 비로소 혁신을 위한 경쟁, 그를 통한 생산성의 극적 개선이 이루어지게 된다.
드러커는 혁신이 기업이 변화를 인지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기업이 예기치 못한 사건, 불일치, 프로세스 니즈, 산업 또는 시장의 변화, 인구통계학적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때 혁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슘페터가 혁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드러커는 환경적 변화를 혁신으로 이끌 수 있는 기업가정신을 강조했다. 환경적 요인과 인적 요인 모두 혁신을 이야기함에 있어 놓치고 지나가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웹3 혹은 암호화폐 산업의 작동 방식은 우연히 혹은 자연스럽게 혁신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가정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을 이끌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웹3 세계에서는 놀라운 속도로 지식과 정보의 축적과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혁신에 대한 기대가치를 보장해 주는 다양한 메커니즘 등장하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높은 수준의 기업가정신을 갖춘 개인들이 더 쉽게 투자를 받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혁신의 촉매제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다음 장들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다만 그러한 구조의 중심에 커뮤니티가 있으며 커뮤니티가 웹3를 폰지에서 혁신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