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웹3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웹3라는 단어는 이더리움의 창립 멤버 중 하나인 개빈 우드(Gavin Wood)가 2014년 "블록체인에 기반한 탈중앙화된 온라인 생태계 (decentralized online ecosystem based on blockchain)"를 웹3라고 지칭하면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이지만, 2021년 암호화폐 열풍이 불면서야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3년 현재 암화화폐 업계 종사자들은 자신의 일을 기타 IT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와 구분하는데 웹3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웹3에 대해 별도로 정의하기에 앞서 개빈 우드 외에 최근에 나온 국내 저서에서는 웹3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웹3.0 사용설명서(백훈종 저)에서는 웹3.0이 "플랫폼 기업들이 과도하게 독점하고 있는 데이터와 이익을 다시 사용자에게 돌려주려는 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웹3.0 레볼루션 (윤준탁 저)의 경우 직접 웹3에 대해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a16z의 총괄 파트너 크리스 딕슨의 말을 빌려 웹3.0은 "사용자와 생산자가 토큰을 기반으로 공동소유하는 인터넷"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체로 소유와 분배의 이슈를 강조하고 있다. 배경 지식 없이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웹3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이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블록체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블록체인은 한마디로 말해 공공재(Public Goods)화된 데이터베이스이다. 공공재는 누구나 경쟁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 즉, 누구나 접근해서 기록하고 읽을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블록체인이다. 누구나 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기록을 수정하는 규칙,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이를 다수의 불특정 주체가 각각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면서 여기에 동시에 기록하고 그 기록을 상호 검증하도록 구현한 것이 블록체인이다. 물론 그 안에는 다양한 암호학적 기제들이 작동하고 있다. 최초의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개인 간의 거래를 기록하는 데 사용했고,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데이터베이스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후 자신만의 기록, 검증, 이용 방식을 강조하는 다양한 블록체인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공공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도 스스로 이를 공급하고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로, 수도 등의 필수적인 공공재는 정부가 세금을 활용하여 공급하고 운영 및 유지 보수까지 담당한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이다. 블록체인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데이터베이스 공급자들이 필요하다. 이 공급자들은 다른 공급자들이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된 데이터가 위조된 것이 아닌지 검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검증인(Validator)라고 불리며, 이들 검증인들이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연결점을 뜻하는 노드(Node)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쨌든, 이들 검증인들이 데이터베이스를 운영, 유지, 보수하게 하는 인센티브 혹은 보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암호화폐(Cryptocurrency). 데이터베이스에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고 (블록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때마다 이들 검증인은 이 공공재에 대한 기여 행위에 대해 암호화폐로 보상을 받게 된다.
보상으로 지급된 암호화폐는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첫째, 해당 블록체인 내에서 거래수단으로 사용되며, 블록체인에는 해당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이 기록된다. 둘째, 해당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데 사용된다. 도로, 수도 같은 공공재를 이용하는 데에도 일정 수준의 이용요금을 내는 것처럼, 대부분의 블록체인은 그 이용을 위해 가스피(Gas Fee)라고 불리는 이용 요금을 내도록 되어있다. 즉, 특정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서 그 사용량에 비례하는 수준의 암호화폐를 지불하게 된다. 암호화폐가 지급될 때마다 암호화폐의 시장 공급량이 늘어나고 이는 암호화폐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가스피 지출이 증가할 때마다 암호화폐의 시장 공급량이 감소하고 이는 암호화폐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즉, 블록체인은 해당 암호화폐 이용자들에게 암묵적으로 세금을 거둬드리고 있는 것이며, 이 세금으로 블록체인이 운영되며 동시에 이용자들이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화폐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상호작용을 통해 운영되는 공공재적 데이터베이스가 다수 존재하며, 이들을 연결, 통합, 재구성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인터넷을 웹3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누구든지 웹3 속의 데이터베이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구도 임의로 이 데이터베이스 상의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점에서 웹3는 이 공공재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개입 없이 소유를 증명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이익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거나 자본주의의 분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레토릭은 웹3의 폰지적 구조를 떠받치기 위한 하나의 변명에 불과하다. 웹3의 폰지적 구조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통해 이야기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