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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스트팀 Aug 09. 2016

중국 P2P금융과 Lendit China

P2P금융의 미래를 만나다

한 산업이 글로벌하게 성장을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으로 그 성장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이 전 세계에서 참가하는 컨퍼런스가 있는지, 그리고 그 컨퍼런스에 참여해서 직접 두 눈으로 산업의 성장과 역동성을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P2P금융산업 관계자의 집결지인 Lendit 컨퍼런스가 2013년부터 시작을 하였다는 점, 그리고 컨퍼런스가 미국 뉴욕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 중국 상해 등 다양한 대륙, 다양한 국가에서 진행이 되었다는 점은 2013년부터 P2P금융이 주류로 올라왔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 세계 P2P금융산업 시장 크기를 살펴보면 2013년이 산업에 변곡점으로 작용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5년에 영국 Zopa라는 업체가 시작한 P2P금융은 2012년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2013년에 2배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고, 그 성장세는 2014년에도 이어졌다.

 

<단위 : USD Bn, 출처 : Morgan Stanley>

위 그래프를 봐도 명확하지만 이러한 성장세를 견인한 것은 중국 P2P금융시장이었다. 2014년 하반기 필자가 한국에서 P2P금융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로 미국과 영국의 best practice를 분석하여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중국에서 P2P금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P2P금융은 개념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이미 금융기관 위주의 주류 금융산업이 상당히 발전된 국가에서 태동하는 것이 정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굳이 중국을 깊게 분석할 필요나 당위를 느끼지 못하였다. 


한국 P2P금융이 2015년 한 해 동안 태동기를 거쳤다면, 중국 P2P금융은 2015년 한 해 동안 미국 시장을 역전하여 세계에서 가장 큰 P2P금융시장으로 거듭났다. 이런 성장세 속에서 필자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연스럽게 중국 P2P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중국 시장은 분석을 하면 할수록 한국과는 시장의 크기, 특성, 경쟁환경, 규제환경 등 거의 모든 것들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한국에서 배울 점들이 많다는 것 역시 확실했다. 


2015년이 중국 P2P금융산업에 있어 상징적인 한 해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2015년 12월에 중국 P2P금융 최초로 이런다이(Yirendai)라는 업체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함으로써, 2015년 한 해 동안의 폭발적인 성장을 성공적인 IPO로 마무리하였다는 점이다. 


2016년은 미국과 중국 P2P금융의 명암이 갈리는 한 해였다. 미국 최초의 P2P금융업체 렌딩클럽과 이런다이의 주가는 이를 대변하고 있다. 렌딩클럽에서 터진 내부 조직 문제는 미국 P2P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주가에 명확하게 반영되어 연초 대비 -60%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이런다이는 견고한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연초 대비 +150%를 기록하고 있다.

<렌딩클럽(파란색)과 이런다이(빨간색) 연초대비 주가추이 비교>

필자는 2016년 중국이 명실상부하게 세계 P2P금융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중국 P2P금융산업에 대하여 더 깊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때마침 2016년 Lendit China 상해 컨퍼런스가 7월 17-18일 양일간 열린다고 하여 이에 참석하게 되었다. 


양일간 P2P금융산업의 모든 측면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으며,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일정 속에서 한 번에 하나의 세미나 밖에 못 듣는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듣기 위해서 분주하게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녔다. 이틀간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듣고,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으나, 한국으로 돌아와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해보니 중국 P2P금융시장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으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 중국 P2P금융은 그림자 금융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중국 전 국민 중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은 20% 이내였으며, 은행에서 소외된 대출자들을 위한 금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2000년을 전후로 태동한 그림자 금융은 바로 이러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의 간극을 채워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었다. 그림자금융은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낮게 통제하는 예금 이자율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다음,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당했지만 중국 경제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특징 덕분에 중국 현지에서는 ‘민중 금융’으로도 불리고 있었다.

< Lendit China 2016 >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던 그림자 금융은 2007년을 기점으로 일어난 인터넷 및 스마트폰 혁명의 흐름을 타고 서서히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현재 중국 P2P금융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의 상당수가 바로 그림자 금융을 전신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은 P2P금융이 그림자 금융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증명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P2P금융업체들이 100%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과 달리, 오프라인 기반 그림자 금융에 뿌리를 두고 있는 중국 P2P금융업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운영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중국 P2P금융은 비금융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 소매금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을 평가할 신용정보의 범위와 양이 매우 제한적이며, 신용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거나 부족한 고객군이(Not File Thin File)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보통 신용정보에 기반하여 대출심사를 하기 때문에, 신용정보가 없는 고객은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신용정보 시장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은 은행 대출고객이 전 국민 20%도 안 되는 현상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이다. 


그림자 금융은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대면심사를 진행함으로써 신용정보가 부족한 고객군을 평가했다면, 온라인 기반 P2P금융은 비대면으로 대출 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상으로 존재하는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고객군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중국 P2P금융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중국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용평가기술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실제 고객에게 적용하여 부도율을 낮추는 데 성공하였다. 결국 비금융 빅데이터는 더 많은 중국 국민들이 금융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금융의 문턱을 낮추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중국 P2P금융은 대출-투자 중개를 넘어서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중국은 가계저축률이 50%를 초과하여 저축률 세계 1위 국가로서, 엄청난 양의 현금이 2~3%대 낮은 금리의 은행 예금에 묶여 있다. 중국 모든 사람들이 투자자문을 포함하여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지만 사실상 대다수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뮤추얼펀드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은 고수익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 간의 지대한 간극을 명백히 보여준다. 


중국 P2P금융업체는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10% 내외의 고수익 투자상품을 제공하여 고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대한 수요를 충족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P2P대출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자산운용상품(주식, 채권 등)과 개인신용대출채권을 혼합해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당수 업체는 현재와 같은 자산관리 플랫폼을 넘어서 송금, 결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을 궁극적인 비전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원대한 계획을 엿볼 수 있었다.

< Lendit China 2016 >

금융시스템 혁신을 통하여 기존에 없던 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개선된 금융소비자의 효용의 크기를 P2P금융시장의 발전 양상을 확인하는 척도로 활용한다면, Lendit China 상해 컨퍼런스는 필자에게 중국이 전 세계 P2P금융산업에서 가장 발전된 시장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즉, 그림자 금융이라는 기반 위에서 시작된 중국 P2P금융은 풍부한 비금융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금융기관이 취급하지 않던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할 수 있었으며, 중국 내에서 주류 금융의 한 갈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P2P금융업체들은 더 이상 대출과 투자를 중개하는 중개플랫폼에 머물지 않고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을 하고자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P2P금융의 발전 양상이 중국과 동일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시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이 주는 몇 가지 교훈들은 한국 P2P금융시장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그림자 금융이 중국 P2P금융의 기반이 되었던 것처럼, P2P대출-투자상품을 진정으로 원하는 고객군을 찾아서 그들의 불편함을 시원하게 해결해줘야만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둘째, P2P금융은 기존 금융기관 및 금융시스템이 가지지 못하는 원천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만 기존 금융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요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셋째, 현재 P2P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안주하지 않고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더 다양한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서비스 라인업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중국에 버금갈 정도로 성숙한 P2P금융시장이 안착되기를 기원하며, 이를 위하여 중국뿐만 아니라 각종 해외 P2P금융시장의 모범 사례에 대한 분석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니스트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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