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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스트팀 Dec 30. 2016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가까운 곳에 있다

만기 도래한 어니스트펀드 P2P 포트폴리오 1호에서 얻은 교훈

혹시 포트폴리오 형식의 P2P투자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내가 어니스트펀드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5년 가을, 김주수 부대표는 그 당시 나에게는 꽤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까지 나에게 P2P금융이란 한 명의 대출자에게 여러 명의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는 구조였다. 다수의 대출자에게 나누어 빌려주고 싶다면? 그럴 땐 한 명 한 명 클릭하면서 금액을 나누어 투자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한 번의 클릭으로 많은 채권에 투자하지만, 위험이 분산되고 수익률은 낮아지지 않는 포트폴리오 방식을 소개해주었다.


포트폴리오 P2P투자 방식을 어니스트펀드에서 처음 고안한 것은 아니다. 이미 P2P금융이 발전한 영국 등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는 법적으로 투자자에게 원금을 보장해줄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위험은 내리면서 수익률은 유지할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위험도는 만기와 반비례하며 이자율과 비례한다. 그러나 우리가 채권에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제공했을 때 생각보다 짧은 만기와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채권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투자 행위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부담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어니스트펀드는 방관할 수 없기에 강제적인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포트폴리오 투자 방식 도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때마침 국내 최대 언론사인 조선일보에서 2015년 12월 4~5일에 대규모 재테크 박람회를 개최한다면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국내 대형은행들과 함께 많은 증권사, 공공금융기관 등 전통적인 금융 플레이어들과 함께 어니스트펀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제공 업체가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었다. 우리와 같은 젊은 스타트업에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참여하기로 결정한 대형 재테크 박람회 행사인만큼 우리는 재테크 박람회의 신데렐라가 되려 했다. 행사장에서 가장 이목을 끌 정도로 획기적인 상품을 기획하여 판매하고 싶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재테크 박람회에 들고 갈 상품이었다. 우리가 이미 준비하고 있던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의 경우 위험 분산 효과가 있으며 이론적으로 투자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작지만, 팀 내부적으로는 재테크 박람회에 어울리는 더 자극적인 상품이 없나 고민하고 있었다. 담보 대출 채권 하나만 잘 선정하여 고수익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면 우리가 재테크 박람회에서 신데렐라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 내부적으로 논의를 계속하다 보니,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재테크 박람회에서 직접 개인 투자자들과 대면하여 판매하는 상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 점점 수익률보다는 위험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고려대상이었던 고수익-고위험 상품들을 선택하지 않고 우리는 재테크 박람회에서 중수익-저위험인 포트폴리오 상품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재테크 박람회에서 판매하는 포트폴리오 상품의 크기가 그전까지 어니스트펀드에서 판매된 모든 개별 채권 상품의 그것보다 컸기 때문에 사실상 어니스트펀드의 데뷔전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에게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만 상대했던 것과는 달리, P2P투자에 대하여 전혀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 우리의 상품을 알리고 설득해야 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부담감은 점점 높아져갔다.

 

부담감이 높아진다 하여 행동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동안 해왔던 대로 전통적인 신용평가 기법과 함께 새로운 평가 기법을 이용하여 기존 금융기관을 이용하던 분들은 물론, 우량하지만 제도상의 허점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받지 못하던 분들에게 착실히 우리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약 한 달 정도 채권을 모았을까. 우리는 마침내 51개의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총 모집금액 6억 원, 이자율 10.00%인 12개월짜리 포트폴리오 상품 ‘HF-1’을 완성하였다.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12월 4일 학여울역에 있는 SETEC 행사장으로 향했다.


재태크 박람회에서의 어니스트펀드


우리의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이틀간은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밀려드는 방문객분들과 시끄러운 장내 분위기로 인하여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무아지경으로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우리 상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신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분들이 관심을 보였고 처음 보시는 P2P 투자상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그 자리에서 수천만 원 투자를 결정하신 분들도 계셨다.


투자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한 분들이었다. 왜냐면 행사가 끝나고 다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누니,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참 소중한 경험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온라인에서 수집되는 정보도 소중하지만 정말 실수요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며, 어떤 부분을 해결하면 고객이 의사결정에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하여 박람회장에서 진행한 수많은 상담을 통해 배웠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그 사이에 어니스트펀드는 11개의 포트폴리오 상품을 출시했으며 판매 금액의 총합은 거의 100억에 이른다. 그러면서 재테크 박람회에 참여한지도 1년이 지나 1호 포트폴리오 상품의 투자 만기가 돌아왔다.  2015년 12월 5일 우리 팀의 염원을 담아 판매된 51개의 채권은 그 후 12개월 동안 어떻게 되었을까? 처음 제공하는 포트폴리오 상품에 대해 과감히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12개월 후인 현재 어떤 결과를 맞이하였을까?



포트폴리오 상품 투자금 지급일이었던 12월 다섯 번째 영업일인 12월 7일,  어니스트펀드 1호 포트폴리오 상품은 최종 실현 수익률 세전 연 8.07%를 기록하여 우리가 설계할 당시의 예상 실현수익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 이러한 부분이 포트폴리오 투자의 장점이기도 하다. 발생할 수 있는 소수의 불량채권의 손실을 다수의 우량채권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상쇄한다라는 장점이 우리가 처음 포트폴리오 방식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매력이었고 우리가 예상했던 장점은 현실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1호 포트폴리오에 투자하셨던 투자자분들께 많은 양해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아무래도 첫 포트폴리오 상품이다 보니 초반에는 운영과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가끔씩 순수한 서투름을 보여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대부분의 투자자분들이 이해해주시고 오히려 우리를 응원을 해주셨다. 투자 기간 초반에 투자 현황에 대한 투자자 마이페이지의 미흡함을 따뜻하게 지적하셨던 분이 후에 해당 부분을 빠르게 개선해 놓은 우리의 모습을 보며 놀랍고 고맙다는 전화를 주셨던 순간은 꽤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순간이었다.

 

최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P2P투자가이드로 인하여 포트폴리오 방식도 변화를 맞게 되었다. 어니스트펀드는 해당 가이드에 맞춰 포트폴리오보다 더 우수한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보다 더 많은 채권에 대하여 간편하게 분산 투자를 하면서 수익률은 감소하지 않는 투자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 1호 포트폴리오에 투자하시고 오랜만에 투자하시는 분이라면 그 사이 변화한 어니스트펀드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실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호 포트폴리오 출시 이후 많은 분들의 따뜻한 조언 속에 우리는 시스템과 운영을 계속 발전시키고 고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호 포트폴리오를 출시할 때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어니스트펀드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은 1년 전 재테크 박람회에서 판매할 상품을 논의했을 때 늦은 밤까지 생각했던 것들이다. 자극적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유지하되 위험을 최대한 내린 상품들을 묵묵히 내놓는 것, 그리고 회사 이름처럼 이를 정직하게 운영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우리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유리구두라고 생각한다.


1호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의 상품설명서 인쇄본


프로야구에서 신인 선수가 첫 안타를 치면 해당 야구공을 소장할 수 있도록 신인 선수에게 전달해준다고 한다. 그 선수는 야구공을 볼 때마다 순수함, 열정, 설렘으로 가득했던 초심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는 어니스트펀드가 처음으로 만든 1호 포트폴리오 투자 상품의 상품설명서 인쇄본을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닌다.


앞으로 정신없는 성장 속에 잠시 유리구두를 잃어버릴 위기가 왔을 때 1호 포트폴리오라는 호박마차를 타고 우리는 다시 유리구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준 1호 포트폴리오의 채권들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니스트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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