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받는 P2P금융기업이 되기 위한 재무관리
작년 국내외에서 너무나 많은 뉴스들이 쏟아지면서 중요하지만 관심에서 멀어진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세계적인 대형 조선사이자 상장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분식회계란 쉽게 설명하면 장부를 부당하게 조작하여 기업의 재정상태나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더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정직하게 장부를 작성해야 할 회사의 경영진은 이중장부를 관리하며 5조 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독립적이어야 할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은 이를 눈감아 주었으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과거 재무제표까지 수정 공시되고 그동안 숨겨졌던 손실이 드러났다. 이 여파로 회사의 주가는 조선업 불황까지 겹친 와중에 하락을 거듭하다 결국 거래가 정지되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부 소유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온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으며, 공시정보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개인투자자와 적시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대량해고에 직면한 직원들도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분식회계 문제는 대기업이나 상장회사들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분식회계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 수와 피해금액이 대기업에 비해 작아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을 뿐, 내부에 회계지식을 갖춘 전문가가 없거나 내부통제기준이 정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외부공시 또는 감사에 대한 의무가 적어 무지해서든 고의적으로든 분식회계가 발생할 위험은 오히려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카이스트가 직접 투자한 회사로 벤처업계에서는 이름이 꽤 알려졌던 아이카이스트라는 회사가 매출액을 부풀리고 이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대표가 구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P2P금융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고객의 투자금을 다루는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정직하고 정확한 장부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회계법인에서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대출 관련 부정조사 업무를 주로 수행했는데, 금융회사에서 회계 및 내부통제시스템과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중요하며 이것들이 제대로 확립되고 지속적으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해당 금융기관 및 고객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P2P금융기업들은 어떻게 이러한 위험을 줄이고 신뢰받는 정직한 금융회사가 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소규모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장부를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재무제표를 만드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기장대리업무를 해주는 세무사무소에 업무를 맡기고 증빙자료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기 다른 업종의 수많은 거래처를 담당하는 세무사무소의 직원이 일일이 모든 거래의 성격을 꼼꼼히 파악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기에 더해, P2P금융회사는 업의 특성상 수많은 대출실행, 대출원리금 상환, 투자금 납입, 원리금 배부 거래가 발생하고 이 거래들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기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 기능을 외부에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만약 맡긴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기록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회사 내부에 있어야 할 것이다.
어니스트펀드는 필자가 합류하였을 때 아직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회계사가 내부적으로 필요한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과감히 투자를 하였고 필자가 들어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이 회계처리 자체를 내재화하고 회사 내부의 비용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후 보다 정확한 관리를 위해 매월 재무제표를 만들고 수익과 비용을 분석하며 예산을 수립, 관리하는 업무를 추가하면서 회계사 한 명과 금융전문가 한 명이 더 합류하였다. 이와 더불어 실적, 손익, 사업방향성 등을 논의하는 재무기획회의를 경영진들과 매월 진행하고 재무관리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는 중이다.
기중에 아무리 기록을 잘 했다고 하더라도 미처 챙기지 못한 회계기준 변경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적인 절차도 정비할 수 있다. 또한, 감사 받은 재무제표는 그렇지 않은 재무제표에 비해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정보이용자로부터 더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아직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위해 회계감사를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재무제표는 외부의 평가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어니스트펀드는 아직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 아님에도 얼마 전 자발적으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통해 재무제표를 검증을 완료했다.
위의 절차를 통해 장부를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에게 권한이 모두 집중되게 되면 횡령이나 조작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내부통제 구조를 구축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내부통제 관점에서 볼 때 승인, 집행, 기록, 보관, 감사기능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인원이 적은 스타트업에서 각각의 담당자를 모두 채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실수를 검증하고 부정이나 횡령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중 몇 가지라도 분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자면, 필자가 속한 재무기획팀에는 자금을 이체하는 권한이 없다. 대표이사나 재무기획팀이 승인하면 별도의 자금담당자가 승인 내용을 확인하고 자금을 집행한다. 집행된 자금은 재무기획팀이 다시 확인하고 회계처리를 진행하여 경영자 및 주주들에게 주기적으로 보고되는 방식을 통해 위험을 낮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제도를 촘촘하게 짜고 장부를 관리한다고 해도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낮다면 부정이나 횡령 같은 문제를 모두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통제와 모니터링이 필요 없을 정도의 높은 윤리의식을 문화로서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어니스트펀드에는 아무리 외부 일정이 많아도 여전히 이동시 지하철을 고집하는 대표이사, 회사 돈을 자기돈처럼 아끼는 팀원들, 고객들의 자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다루기 위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있으며 그러한 문화를 잘 나타내는 다음과 같은 매뉴얼이 있다.
19.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성희롱, 성추행, 금품수수, 횡령, 배임 등이 우리의 역사에 발생하지 않도록 늘 주의합니다.
20. 비용은 손톱입니다. 너무 짧아서도 안되지만 계속 길어지는 속성이 있어서 종종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 회사의 돈은 우리 모두의 돈인 만큼 조금이라도 아낄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31. 스타트업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거대한 투자금액과 멋진 사무실이 우리의 도전정신을 해치지 않도록 서로 격려합니다.
지금 당장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은 노력들이 장기적으로는 신뢰받는 P2P금융기업으로서 정직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이 글을 마친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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