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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스트팀 Jul 05. 2016

첫 대출, 그 12개월의 여정

어니스트펀드, 첫 만기 상환을 축하하며

" XXX 고객님, 12회차 마지막 상환금 입금이 확인되었습니다.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생각만 해도 떨리고 설레는 첫사랑, 많지는 않았지만 뿌듯했던 첫 월급, 정말 갖고 싶었던 내 인생 첫 번째 자동차 등 무엇이든지 처음은 각자의 인생에 아주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인생에서 잊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처음의 추억들이다. 이번 6월, 나와 어니스트펀드는 아주 특별한 처음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니스트펀드의 부대표로서 1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정말 많은 고객들을 만났었고, 다양한 종류의 대출을 해드렸었다. 그동안 조기상환을 통해 미리 대출금을 다 갚아버린 분들은 많았지만, 서비스 개시 이후 처음으로 대출 만기까지 대출금 상환을 성공적으로 완주하신 첫 고객이 생겼다. 어니스트펀드의 사업이 한 바퀴 돌았다는 생각과 함께 작년 6월에 그 고객을 만났던 그때가 생각나서 감회가 무척 새로웠다.


작년 6월, 서비스를 오픈한지 3일 정도 되었을까. 당시만 해도 초기 투자자를 보호하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대출 심사기준을 굉장히 까다롭게 가져가고 있었다. 비록 대출신청의 최저기준이 신용등급 7등급이었지만, 7등급은 실질적으로 대출 가능성을 0에 가깝게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실시간 채팅상담으로 조심스럽게 대출상담문의가 왔다. 본인의 신용등급이 7등급인데 대부업 대출을 어니스트펀드의 대출로 대환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다. 대출심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대부업 대출을 사용하게 되었는지 물었고, 사업을 하던 중에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서 큰 손실을 입게 되어 이를 만회하고자 급하게 대부업 대출을 사용했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대부업 대출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인지를 하지 못하였다고 하셨다.


상황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심사기준을 적용한다면 대출을 해주기에 굉장히 어려운 대출자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전달하려는 찰나에, 만나서 상황을 설명하고 본인이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꼭 설명을 하고 싶다는 호소를 하셨다. 고민 끝에, 나는 대출은 힘들지만 부채상담이라도 해줄 요량으로 사무실 근처로 방문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사무실 근처의 카페에서 그 고객을 처음 만났을 때 양손에 정체 모를 물품을 가득 들고 있었고, 두 눈에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그 고객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입 명품샵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백화점에서 명품 할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본인이 들여온 명품들이 팔리지 않아 재고할인을 하면서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하였다. 그 고객은 준비해 온 각종 서류들을 테이블에 늘어놓고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하셨다. 사업자등록증, 통장사본, 수출입 내역 등 본인의 사업에 대해 열정적으로 소개하였으며 현재 월별 수입과 지출, 그중에서도 대출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데 얼마나 사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자기 사업에 대해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기도 하지만, 현재 자금흐름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대부업 대출을 중금리로 대환 할 경우 얼마나 여유가 생기는지에 대해서 꽤나 정확한 감각을 가지고 계셨다.


비록 수입이 불안정한 축에 속하는 개인사업자였고 신용등급도 7등급으로 낮고 대부업 대출도 꽤나 많이 이용하고 있었지만, 금융데이터를 넘어서는 비금융데이터의 관점에서 보면 높은 상환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나는 내부 심사팀과 추가적인 논의를 해보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정리하였다. 그 고객은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들고나가다 누군가와 부딪쳐 바닥에 음료수를 쏟게 되었는데, 내가 앞에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급하게 휴지를 챙겨 와서 무릎을 굽히고 앉아 바닥을 닦기 시작하셨다. 카페 종업원이 달려 나와 본인이 치우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에서 음료수의 흔적을 처리하고 일어섰다.


아마도 후에 대출을 승인할 때 이 모습이 알게 모르게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니스트펀드는 대부업 대출 2건을 대환 할 수 있도록 500만원을 승인해주었으며, 금리는 당시 이용 중인 대부업 대출금리 34.9%의 40% 수준인 14.4%를 적용했다. 만기는 1년이었다.


2015년 7월에 나간 대출에 대한 상환은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다가, 4회차 상환일이 며칠 남은 시점에서 고객께서 나에게 직접 연락을 해왔다. 정말 죄송한데 연체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연락을 한다는 것이었다. 계속 잘 상환을 하고 계셔서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사유를 물어보니, 가족 중 한 명의 병간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상환이 며칠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믿고 자신을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를 생각해서 상환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드렸고, 다행히 상환은 연체 없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후 다시 문제없이 상환이 이어지다가, 11회차 상환일 (5월 25일)에 잠시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는 사전에 연락이 없이 연체가 된 터라,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환일 하루가 지난 26일에 부랴부랴 연락을 해보았다. 알고 보니 요즘 산부인과를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연체가 되었다고 하시면서 바로 상환을 하겠다고 하셨다. 혹시 출산을 앞두고 있냐고 여쭤봤더니, 그렇다고 하셨다. 출산예정일은 6월 초. 출산을 잘 마무리하셨는지 마지막 12회차(6월 25일)는 6월 22일에 미리 납입을 하면서 어니스트펀드 12개월 대출을 모두 정상적으로 종료하셨다.


사실 대출 완납은 매일매일 무수히 많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이나 항상 처음은 있었을 것이고, 처음은 항상 의미가 있다. 특히나 이 고객의 경우 금융데이터로만 평가했을 경우 승인해주기에 굉장히 어려웠던 대출이었다는 점, 수백억원의 자본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모여 힘을 합쳐서 만들어 낸 P2P대출이라는 점은 어니스트펀드의 첫 대출 완납을 더욱 뜻깊게 만들었던 것 같다. 더욱이, 대출기간 동안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맞이 하다 보니 이번 대출은 특히나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끝까지 성실하게 완납을 해준 고객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작은 선물을 보내려고 한다. 우리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이 고객은 어니스트펀드와 더 인연을 맺을 수도 맺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니스트펀드를 통하여 삶을 꾸려가는데 보탬이 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과 사명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또한, 이 고객의 완주는 개인과 개인의 힘을 모아 금융을 혁신할 수 있다는 나의 신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굉장히 뜻깊은 순간이었다. 투자로써 신뢰를 보내준 투자자들에게 건강한 수익률을 돌려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생각해본다



금융과 IT를 결합하여 기존의 대출·투자 경험을 혁신하는 P2P금융 스타트업, 어니스트펀드의 이야기가 연재될 팀 브런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니스트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어니스트펀드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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