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를 쓰다

독서모임 좋아하세요?

하이볼은 몰라도, 책은 잘 읽어요

by 글 쓰는 여자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 모임의 오래된 방식이다. 오늘의 식사를 끝으로 이번 시즌 독서모임도 마무리되었다. 무더운 여름, 학생들이 여름 방학에 들어가듯, 우리도 잠시 숨을 고르고,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에 다시 만날 예정이다.


책을 좋아한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들. 이주에 한 번 만나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지도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시즌에는 참여하지 못했고,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멈춰버린 발걸음은 한동안 나를 착잡하게 만들었다. 내가 처한 상황을 자세히 말할 수 없었기에, 모임의 리더에게만 간단히 불참의 의사를 전했었다. 무책임한 행동이었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난겨울, 우연히 집 앞에서 ‘토토로님’을 만났고, 그녀를 통해 다른 회원들이 나를 얼마나 걱정하고 기다렸는지 알게 되었다.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다시 함께 하고 싶어졌다. 나는 그 겨울을 또다시 힘들게 보내고, 봄이 되어 이사를 갔지만, 차로 40분 걸리고 주차장도 없어 근처 아파트에 주차하고 걸어서 가야 하는 그곳을, 이번엔 무사히 마무리했다.





이 모임은 어느덧 9년이 된, 제법 뿌리 깊은 독서모임이다. 여섯 명의 회원 중, 나를 포함한 세 명이 이제 막 2년 차를 채워가는 중이다. 나는 낯선 자리에 금방 적응하는 편이지만, 이 모임은 조금 달랐다. 어딘가 어색하고, 나와는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낯설었던 건, 회원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닉네임을 부르려니 영 입에 붙지 않았고, 마음먹고 불러보면 팔에 닭살이 돋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곳에서는 나이를 묻지도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속으로 서로의 나이를 짐작하고 있을까, 가끔 궁금했다.


그러니까 이곳은 통성명을 하고, 나이를 밝히고, 언니 동생을 부르며 친근한 관계로 발전되는 내가 속한 보통의 모임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이름을 알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 나이를 모르는 것, 존대를 쓰는 것, 사적인 질문은 최대한 삼간다는 것—이것이 이 독서모임의 분위기이다.


언젠가 ‘드림캐쳐님’과 통화를 마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딸아이가 웃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독서모임이니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만 나누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떤 모임이든 결국 사람과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예전 어느 날, 기존 회원 중 한 분이 이 모임이 오래가는 비결을 ‘적당한 거리’라고 말한 적이 있다. 농담인 듯 진담 같던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결정적으로, 이들과 내가 어쩌면 다른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왜 그 얘기가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하이볼 이야기가 화제로 올랐을 때였다. 나는 하이볼을 좋아한다. 나에게 하이볼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캐주얼한 술이다. 부담 없이 한두 잔 마시기에 좋고, 대화와 함께 곁들이기에도 딱 좋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하이볼… 이름은 들어봤어요. 하이볼이 뭐예요? 술을 안 마셔서요. 나는 순간,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일에 놀라고 있는 나 자신에게, 이런 걸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조용히 나를 타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모임에 계속 참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로 소설만 읽던 내가 자기 계발서나 역사서를 펼치게 된 것,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는 것이 이 모임의 중요한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초반엔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졌던 회원들의 나지막한 진중함, 그리고 잔잔한 다정함이야말로 내가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매번 그들의 깊은 생각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듣고 말하는 데 익숙했던 내가, 이곳에서는 신중히 듣고, 조용히 기다리고, 소리 없이 응원하고, 부드럽게 반박한다. 그런 자리는 분명 생소하지만, 어쩐지 멋지게 느껴진다.





모임 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책을 읽어오고, 밴드에 ‘책 속의 한 줄’과 함께 나누고 싶은 논제를 올리고, 평점을 미리 생각해 오는 것이다.


모임 시간이 되면, 회원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짧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말이 길어지게 되면, 리더가 차분히 시간을 조정한다. 이제 책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혹은 다음 논제로 넘어갈까요, 와 같은 말로. 그 모습을 보면 그조차도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순서는, 책을 추천한 회원이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었던 이유와 작가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한다. 그다음엔 돌아가며 평점을 말하고, 그 점수를 매긴 이유를 설명한다. 앞사람의 평점을 듣고, 원래 생각했던 점수보다 살짝 더 주거나 깎는 눈치 작전이 시작되기도 한다. 원래는 3.9점을 주려고 했는데요…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낮은 점수를 줄 때면, 마치 작가가 옆자리에 있는 듯 미안한 감정을 담아 말한다, 제가 감히 이 책을 평가하기는 좀 그렇지만요… 하면서.


그리고는 각자 고른 ‘책 속의 한 줄’을 읽는다. 그 문장이 왜 자신에게 와닿았는지를 듣고 나면, 비로소 그 문장이 내게 보이고, 뒤늦게 가슴이 뭉클해질 때도 있다. 같은 문장을 선택했을 때 그와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 시간이 지나면, 준비된 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주제를 자유롭게 밴드에 올려두면, 당일 모임에서 그 논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나는 아직 논제를 올려본 적이 없지만, 다른 회원들은 크고 작은, 꽤 깊이 있는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그것도 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을 더 깊이 알게 되고, 책이 담고 있던 다양한 의미를 함께 되짚게 된다.


모임 중, 도서관 사서님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들어온다. 그녀는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다. 우리는 슬며시 고개를 숙여 책을 들여다보거나, 펜을 들어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카메라를 의식한다. 사서님이 나가고 나서야 다시 고개를 든다. 그 사진들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알 수 없다.


두 시간이 흐르면, 리더가 자연스럽게 모임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이 책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 함께 책을 들고 사진을 남긴다. 그날의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집으로 돌아가면, 책을 소개한 회원이 밴드에 모임 사진과 함께 간단한 후기를 남기고, 다른 회원들도 각자 서평을 올리며 그날의 책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모임을 쉬는 동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을 예정이다. 몇 달 전, 오랜만에 구입한 『푸른 들판을 걷다』와 예약 후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대출이 된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이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다. 『무진여행』은 그다음 순서이다. 여유 있게, 나만의 속도로 책을 읽으며 이 여름을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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