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를 쓰다

아무도 아닌 사람

by 글 쓰는 여자



엄마가 싫다.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 것도,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가는 것도 싫다. 딸이라는 자리도, 언니나 동생이라는 호칭도 모두 내려놓고 싶다. 어떤 역할도 맡지 않는 사람으로 있고 싶다. 나는 지금도 아무것도 아니지만, 더 아무것도 아니고 싶다.


누구에게도 불리지 않는 사람,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람, 누군가의 앞집에 사는 사람,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는 사람, 카페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정도면 충분하다. 눈이 마주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 인사를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아무 일 없는 사람. 낯이 익지도 설지도 않은 채 스쳐 지나가는 존재가 되고 싶다.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입안에 단내가 날 수도 있다. 대화할 상대라곤 고양이 두 마리뿐일지도 모른다. 사람 대신 소설 속 인물들과만 마음을 주고받고, 노트북 앞에 두 손을 얹은 채 하소연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눈물이 턱까지 흘러내린 뒤에야 내가 울고 있구나 알아차리고, 방 안에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야 비로소 하루가 저물었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게, 아무도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