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여름
신발을 벗고 들어온 경찰은 손가락으로 여름이 방을 가리켰다. 저 방을 봐도 되겠습니까, 경찰이 물었다. 방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왜 문이 닫혀있지? 재준의 목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여름이의 방은, 서인과 재준이 자기 전까지 - 아니, 하루 종일 열려 있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서인의 머릿속에 잠결에 들었던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누군가 왔다는 생각은 잠시였고, 올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나… 문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 서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재준은 곧장 여름이 방으로 향했다. 그는 문고리를 움켜잡고 마구 흔들며, 주먹으로 쾅쾅쾅, 방문을 두드렸다. 여름아! 여름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서인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재준은 재빨리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의 손에는 신용카드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그것을 문틈 사이에 힘껏 밀어 넣었다. 철컥, 문이 열렸다.
흰 리넨 커튼이 창밖에서 스며든 바람을 타고 조용히 흔들렸다. 느릿하게 그리는 곡선이 방 안의 정적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었다. 주인을 잃은 여름이의 휴대폰이 단정히 정리된 침대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다. 서인은 그것을 뒤집어 보았다. 작년 크리스마스, 친구 주은에게 선물로 받았다는 네 잎클로버가 케이스 안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초록빛의 작은 잎. 전날 여름이가 메고 나갔던, 별다른 내용물도 없어 보이던 배낭은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한 모습이었다.
여름이는 없었다. 서인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어른이라잖아, 아닐 거야, 재준은 그렇게 말했지만 서인은 그의 말투에서 확신이 아닌 바람을 들었다. 아니야… 우리 여름이야, 서인은 중얼거렸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경찰이 응급실에서 받은 사진이 들어있는 휴대폰을 재준에게 건넸다. 재준은 조용히 사진을 들여다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애가 맞습니다. 그 순간 서인의 마음속 어디선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그렇다. 열아홉 살, 서인과 재준의 둘째 딸 여름이는 14층, 자신의 방 창문에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