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눈부신 여름

by 글 쓰는 여자



서인은 여름이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인은 아직 알지 못했다.






개최국 독일은 어느 때보다 우승을 갈망하며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한 스페인과 맞붙고 있다. 연장 후반, 점수는 여전히 1 대 1. 무승부로 끝나고 승부차기를 해도 재미있겠다, 서인이 말했다. 아니야, 절대 무승부로 끝나지 않을 거야, 재준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장 후반 14분. 스페인의 미켈 메리노가 극적인 헤딩골을 터뜨렸다. 2대 1의 짜릿한 역전승이다. 스페인은 대회 전승으로 가장 먼저 4강에 올랐다. 서인은 재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결승골을 넣은 주인공처럼. 재준은 잔에 남아 있던 기네스를 마저 들이켰다. 연한 갈색의 부드러운 거품이 그의 입술 위에 길게 머물렀다.


4시에 시작될 포르투갈과 프랑스의 8강전을 마저 보고 자겠다는 재준을 뒤로하고, 서인은 먼저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의 알람을 모두 껐다. 그날은 큰 딸 가을이가 대학교 앞 작업실에서, 둘째 딸 여름이는 친구 지원의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다. 내일은 늦게까지 잘 수 있다. 일찍 일어나야 할 이유가 없는 토요일이라니, 서인은 피곤함이 한순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서인은 유독 평온한 기분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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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벨 소리에 눈이 떠졌다. 시계는 아홉 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인은 돌아 누우며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재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어, 경찰이네, 재준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인터폰을 확인한 것 같았다. 재준은 안방으로 들어와 웃옷을 걸치고 이미 일어나 앉은 서인에게 말했다. 더 자, 내가 나가 볼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벨을 눌러 놓고 어딜 간 거야, 재준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느껴졌다. 불길한 기운이 서인의 온몸을 휘감았다. 서인은 일어나 침대 맡에 무심히 놓여 있던 카키색 카디건을 걸쳤다. 한여름인데도 피부에 닿는 옷의 촉감이 서늘했다.


잠시 후, 현관 벨이 다시 울리자마자 재준이 문을 열었다. 경찰관 두 명이 서있었다. 사고가 발생해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며, 집에 누가 있는지,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서인이 사고의 내용을 묻자 앳된 모습의 경찰이 대답했다. 이 건물에서 투신사고가 있었고, 이 라인에서 일어난 것 같다고. 중년 여성이에요, 그가 덧붙이자, 동료 경찰이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툭 쳤다. 서인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집안을 잠깐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요청이었지만 서인은 지금 재준과 자신 둘 뿐이라고 말하며, 들어와서 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