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니 Jul 28. 2024

참 좋은 나이 (왔다 좋아뿌러요 내 나이가)

어쩌면 시





아버지 제가 나이로 영글어 가분다요?

아따 오늘따라 유난스럽대.

못난 감정들로 마음이 산란스러워 부렀써라.

부르기도 시렀는디 노래라도 부르라 한께~

불러봤째요.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이 떠오르더니

노래를 따라 흘러갑디다.오메 ~



아버지에게 부르는 노래가 거기까지 흘렀어요?

갈래 갈래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이었는디

좋았당께.

이 나이가 어찌 좋은지

완전

아버지도 좋고, 노래는 어쩜 그리 좋턴지.

정갈하니, 마음에 만족을 주는디 차암 좋아부러써요.



한 살 한 살 얼마나 조마 조마 떨었는지

어째 그래 조바심 났쓰까라?

아버지는 알 것이여라.

묘기 보여줄라고 외줄 타는 줄광대 같았재라.

공중돌기 훈련할 때마다 부들부들

안 떨어질라믄 다 내다 버려야 하는디

버려도 죽을 것 같고

안 버리면 줄은 절대 못 타는디.



줄을 타러 올라갈 적마다 오늘은 죽을라나

아버지는 자꾸 거추장스런 니 자랑 다 버리라고

올라가란 것이었는디.

그것 없이 내가 어찌 산다요 싶었째라.

새벽에도 산란했던 이유를 내가 알재라.

다시 쥐고 싶었던 것이재.

잉 그것으로 나를 뻐기고 싶었어라.



버텨봐야 나만 힘든께

내 알재 아버지를

해서 올라갔어라.

노래라도 불러서

이 줄 타는 그 마음이 조용해질까

나읍디다. 훨씬 나서부러요.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고 어쩌 부러까



좋아부러요.

아버지

이 나이도 좋고

아버지는 더 좋고

쥐고 있는 건 딱 아버지가 주신 것이고

더 없은 게,

엄청 가벼워 뿌리대.



아버지 제가 날라다닐 나이입니까?

노래하며 줄타는 게 나는 거 같아요.

기도가 되서라

감사하고요.

이제 알겠써라 쪼까는

아버지가 왜 그러시는지.

후후 ~


Philip Petit 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줄타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그림책은 칼뎃콧상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받았습니다.








대학 입학 이후 저는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고향 사투리를 잊어 버린 지 오래 됐습니다.

오늘 저의 감사하고 가벼운 마음은 사투리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겉치레와 나의 의를 버리는 훈련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 서글퍼지는 점도 있지만,

이전에 알지 못한 자족이나 평안을 깨닫습니다.


좋은 점도 많고 기쁨과 감사도 커집니다.


내 자랑 겉치레, 나의 의를 내려놓을 때마다

느꼈던 불안, 두려움, 걱정은 시간 지나 보니

기우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통과할 때마다

그거 내려놓으면 오히려 죽을거 같았습니다.

꼭 쥐고 붙잡아 보기도 하고 울기도 했습니다.


이 마음이 마치 외줄 타며 묘기를 보이려는

줄광대들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묘기 훈련을 꾸준히 해 온

“서주향님”의 옹골찬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래 첨부했습니다. 유퀴즈 출연 영상입니다.


저는 그림책도 좋아합니다.

프랑스에도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필립 쁘띠 ( Philip Petit )

이 사람의 얘기를 그림책으로 쓴

게스타인 모디카이 ( Gerstein Mordicai ) 도

함께 전합니다. 칼데콧이라는 그림책 분야의 영예의 상을 수상한 책입니다.


인생이 외줄 타기 같을 때가 많습니다.

그 외줄에 혼자 서 있는 것 같고요.

고독과 두려움이 덮치기도 하죠.

각 자의 외줄 위에 서있는 서로를 바라보면

위로와 용기를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훈련이 가져다 줄 참 자유를 사랑하고 싶어지고요.

해서 공유합니다.


** 추신

고향 떠난 지 오래되서, 사투리를 잘 모릅니다.

영어권에서 오래 살면 한국말이 서툴러지는 현상처럼요. 

저의 사투리가 어색하고 혹시 사투리 지역들 마저 서로 섞여 있다면 죄송합니다. 

댓글로 수정해 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시도해 본 실험 정신으로 생각해 주십시오. 꾸벅.


https://youtu.be/GIJJWvsSxVo?si=oBKfVYWu-8PzhIBH


https://m.blog.naver.com/thairose/223158233822 





작가의 이전글 힘들게 느껴지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