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나이 먹었다는 기분
1월에는 56시간 31분 동안 1879.6km를 운전했더라구요. 차를 사고 나서 가장 긴 시간, 가장 긴 거리를 운전한 한달이었지 싶습니다. 매주 댕댕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다녔기 때문이에요. 동물병원에 들어간 돈만 110만원 가량 되기도 했어요. 댕댕이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육아는 얼마나 힘들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아는 어쩌면 나에겐 영영 일어나지 않을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강하게 드는 요즘이지만요.
1월에는 또 글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던 뉴스들이 유독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아동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엄마에게 살해당한 아이가 미등록 상태였고 결국 그 딸을 따라 죽었다는 한 남자의 이야기, 개를 차에 매달아 끌고가 죽인 남자, 결국 폐사했다는 벨루가 소식까지. 이 사건들은 전부 별개의 사건이지만, 다른 존재의 존엄성에는 관심이 없는 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이란 점에 공통점이 있지요. 과연 "인간적"이란건 무엇일까,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존재에 악독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가, 그런 해묵은 질문들을 품게 했던 한달이기도 했어요.
올해도 1/12이 지나가버렸다고 생각하니 시간이란 정말 부질없이 빠르다 싶어요.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부쩍 나이가 많이 들어버렸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진짜 나이에 +2를 해버리는 한국 나이는 여전히 적응되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에 더하여 미래도 몹시 막막하기만 해서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라는 불안감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어요. 20년 전의 나에게 '20년 후의 너는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면 굉장히 큰 충격과 절망에 빠질 게 분명하단 말이죠. 요컨대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지금의 삶과 생활을 혁신적으로 뒤집을 방법은 없는거 같고 이렇게 시간에 풍화되어 가도록 내 인생을 내버려두어도 좋을 것인가 뭐 그런 답도 없는 우울함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1월의 마지막 주말에 화양연화를 다시 봤습니다. 제 유일한 페르소나인 양조위가 화양연화를 찍었을 때의 나이를 되짚어보니 지금의 저와 비슷한 나이였겠더라구요. 나의 화양연화는 언제였을까, "지금을 살라"는 말이 머리로는 쉽지만 실천은 얼마나 어려우며 나의 마음에는 왜 이렇게 뒤늦은 회한만 가득할까, 그때는 몰랐던 '좋은 시절'이 다시 오기는 할까 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뭐 이런 것들을 써놓고 보니 더더욱 나이가 확 들어버린 기분이네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라는 질문을 언제쯤이면 떨쳐버릴 수 있을까요. 언제나 늘 끈질기게 뒷목덜미에 달라붙어있는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