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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곰 Aug 26. 2021

불쾌한 면접 아카이브

네이버 / 마이다스 아이티 / 루닛 /

사람을 떨어트릴 때 떨어트리더라도 예의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기껏 그 자리에 시간내서 간 사람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말이야.

아마도 월급쟁이 노예 생활이 끝날 때까지 갱신될 불쾌한 면접 경험들.


마이다스 아이티 (2021년 8월)


서류와 온라인PT를 거쳐 최종면접 자리였다. 면접관 세 명 중 임원이 실무와 관련 없는 뜬구름 잡는 질문을 계속 던졌다. 질문이 이상하니까 대답하기도 곤란했다. (이게 정말 면접자의 환장 포인트다. 질문이 구려도 어떤 대답이든 억지로 쥐어짜낼 수 밖에 없다..) 중간에 다른 면접관 둘이서 돌아가면서 "저희가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라.."(=압박한다는 말) "이력이 워낙 특이하셔서.."라는 얘기를 다섯번도 넘게했다.


대중 캠페인 관련해서 답변했던 것을 두고 '(인권, 동물, 환경 등) 왜 그런 것에 관심 갖는지, 다른 사람들도 관심 가질거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이기적인 동기와 목적으로만 행동하는게 아니라 다른 존재와 좋은 관계를 맞으며 함께 잘 사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것은 마이다스아이티가 내세우는 '자연주의 인본경영(말은 되게 뻔지르르하다)'에서 회사의 핵심가치가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행복 총량을 높이는 것"이라고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대답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임원은 '그런 일을 하고 싶으면 사회적 기업에서 계속 일하지 왜 기업에 오려 하는가. 기업은 돈을 버는 곳이다' 라고 말꼬리를 잡았다. 누가 아니래요..?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이 맞고 마이다스아이티가 하는 일들은 결국 누군가를 이롭게 하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정도로 대답했지만 임원의 표정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고 마침내 "마키아밸리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따위의 해괴한 질문을 했다.

결국 내 실무적인 능력이나 지원동기(는 물어보지도 않더라)보다는 NGO에서 오래 일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선입견으로 "양심이나 윤리에 반하는 일이면 조직에서 시켜도 안하겠네?" 라는 식의 말꼬리 잡기가 이어졌다.


마이다스아이티가 내놓은 새로운 서비스는 AI역량 검사이고 그 취지는 "사람은 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면접을 통해 제대로 된 인재를 가려낼 수 없으니 AI를 통해 인재를 뽑는다"인데, 내가 경험한 그 면접은 편향의 진흙구덩이였다. 회사의 대표와 인사팀에서 내세우고 있는 인재상과 미션에 맞춘 나의 이야기를 준비해갔는데 "기업은 돈 버는 곳이다"류의 엉뚱한 훈계를 듣고 온 셈이라 매우 불쾌했다. 회사는 공정한 채용을 한다고 홍보하는데 그날 내가 받은 대우는 전혀 공정하지 않았다.


결국 최종 면접에 어울리는 질문과 답이 오간 자리는 아니었다. 나는 이미 내 이력에 대해 서류로 제출했고, 역량에 관한 것은 과제로 요구받은 온라인PT로 준비해서 제출했다. 그들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뽑고 싶은지, 내가 그 포지션에 왜 부적합한지 전혀 알 수 없는 자리였다. 나에게 불만이 있다면 그 전 단계에서 충분히 거를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최종면접에 부르나 싶다. 연차까지 소진해서 판교까지 온 사람을 앉혀놓고 압박 질문하고 말꼬리나 잡는게 인재평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회사가 인재를 뽑는 좋은 방식인지 묻고 싶다.


면접비는 물론 없었다. 면접관이 늦어서 면접 시작 시간보다 10분 더 기다리게 했고 면접 소요 시간은 1시간이 걸려서 오히려 주차비가 더 나왔다. 여기 투자한 내 에너지와 시간, 감정이 너무 아까운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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