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는 행복 2 –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의 작은 공간 in Frankfurt am main

by 봄희

특별한 일이 없어도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가 버린다. 한국에서의 생활과 비교하자면 이곳에서의 생활은 그저 한없이 한가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고 보면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 집중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었다. 진정 내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찾고 싶었다. 컴컴한 어둠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는 듯이 보여 그 희미한 불빛을 따라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그 불빛은 어느새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이내 바다 한가운데서 갈 길을 잃고 표류하듯 둥둥 떠다니고 있다. 인생은 늘 그래 왔다. 삶의 소용돌이에 빠져 혼란스러워할 때, 누군가 나에게 이 길로 가라고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순간이 있다. 우연에 기대어 또는 절박한 마음에 기대어 주변의 모든 것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어디선가 희미하게 나를 이끄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그 길을 찾아 걷다 보면 과연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진정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도 되는 것일까. 만약 아니라면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헛될지 후회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아야 한다. 생각들로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나는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한다.


독일에서의 생활에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바로 산책이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주변에 숲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무성한 나무들로 가득한 공원이나 꽤 잘 정돈되어 있는 강이나 물을 끼고 있는 산책로가 있어 걷는 것이 즐겁다. 사색과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여기에서 느낄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사실 사색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조깅이나 사이클로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나 사람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여유를 갖고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단련하는 모습 또한 나에게는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런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였다.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고 해서 언제나 마음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것을 더 좋아한다. 격한 운동을 하다 보면 정신보다는 몸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버리게 된다. 이 또한 정서적으로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이다.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다 보면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 생각을 버리고 놓는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잡다한 생각조차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 더 강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하듯이 한 번 휩쓸린 마음의 토지를 더욱 단단하게 하기 위해 더 깊이 생각을 하고 나 자신의 내면 깊숙이 더 들어가고 싶었다. 산책은 그런 부분에서 좋은 방법이었다. 혼자 좁은 곳에 틀어박혀 있다 보면 쓸데 있는 것 없는 것 할 것 없이 잡다한 생각들로 정신과 마음이 흩뜨러지곤 한다. 하지만 한 그루의 나무와 한 송이의 꽃들과 함께 자연이라는 위대한 공간에서 하나의 작은 생명체로 동화되어 걷다 보면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나를 놓을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살아 숨쉬는 하나의 생명으로 그 존재를 인정 받는 것 같다. 그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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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봄을 맞이하는 축제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게르만족의 전통으로 4월 말에서 5월 초에 봄을 맞이하는 축제가 북동유럽 곳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독일인 친구가 말하길 4월까지는 날씨가 따뜻했다가 추웠다가 반복했지만, 이제부터는 따뜻한 봄의 기후가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이 축제가 열린다고 하였다. 그의 말처럼 5월 들어서더니 계속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고 있다. 물론 이러다 언제 어느 순간 기온이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독일의 날씨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화무쌍함도 꽤나 매력적이다. 물론 사계절이 확실히 구분되는 우리나라의 기후에 익숙한 나의 몸은 아직까지도 적응 중이다. 독일은 사계절이 좀 애매하다. 사계절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한국의 사계절과는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봄과 독일의 봄은 똑같이 새 생명을 잉태하는 계절이라는 점에서 분명 같은 봄이다. 지난 3월부터 허해 보이던 나뭇가지에 연한 빛의 나뭇잎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나 모든 거리를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이더니 마인강의 오리들의 귀여운 새끼를 시작으로 백조도 공원의 토끼들도 너도나도 새끼를 낳아 키우고 있다. 능력 좋은 오리는 8마리나 되는 새끼를 키우고 있다. 어미 아비 뒤를 졸졸 줄지어 따라다니는 새끼들을 보면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다들 이제는 제법 커서 일찍 나온 새끼들은 벌써 어미만 해진 애들도 있다. 그런데도 어미 아비는 품 안의 자식이라고 애지중지하면서 다른 누군가 가까이 접근이라도 할라치면 아직까지도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위협을 가하곤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식사랑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요즘 들어 매번 찾을 때마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변화를 마주하는 재미로 마인강 산책이 더 즐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무 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얼마 전 봄과 관련된 시를 한편 읽었다. 나는 시가 좋다. 짧은 글귀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볼 때마다 매번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제 어느 순간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에 따라 같은 시, 같은 글귀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생각하지 못한 의미로 이해가 되곤 한다. 시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말하기 위해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갔을지 나는 분명하게 이해할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깊이 고뇌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을지 그 깊이를 다 이해하기에 나의 생각의 깊이는 한없이 얕기만 하다. 하지만 한 편의 시로 인해 나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곤 한다. 내 귀에 그분의 음성이 들려왔다. 따끔한 충고가 섞인 따뜻한 음성의 응원의 메시지가 귀를 통해 마음으로 들어왔다.


봄은 아름다운 계절임이 틀림없다. 모든 생명이 한 번에 이렇게 깨어나 살아있음을 뽐내고 있음이 그저 신비로울 뿐이다. 새 봄 안에서 나 또한 이렇게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내가 속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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