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말들의 위로
“불안정성, 불안정성! Instability, Instability
엄청나게 떨리지?
너의 약한 부분을 느껴봐.
새로운 곳이라서 그래.
새로운 곳에선 언제나 불안정함을 느끼지.
불안정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곳은 새로운 곳이 아니야!”
이수지 <만질 수 있는 생각> (p248)
여러 개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도리어 나의 시선은 공중으로 분산되어, 실체가 없는 것들이 망막에 쏟아지지만 아무런 잔상도 남기지 못한다. 그렇게 흩어진 시선을 애써 다시 모아, 나에게 집중되는 얼굴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한다. 무슨 말이 나올지 기다리는 눈빛들이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이제 어떻게든 말해야 할 차례지만, 미리 생각해 놓았던 문장들은 의미 없는 음절로 조각나버린 상태다. 나의 의식이 이러한 상황인데도, 입은 이미 무언가를 쏟아내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와 ‘무슨 말이라도 해’라는 두 무의식이 내 안에서 격렬히 부딪힌다.
말은 늦고, 마음은 앞서는 순간.
"......"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공중에 흩어지던 시선이 서서히 하나의 초점으로 모이고, 이내 그 안에서 나와 같은 불안감을 숨기고 있는 누군가의 표정이 보인다. 조금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다. 입술을 떼는 순간, 나의 의식은 여전히 명료하지 않았지만 말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어떤 단어들은 비틀렸고, 어떤 말들은 처음 의도와는 달리 전해 진듯하다. 그러나 상대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미소가 번지는 걸 보며 깨닫는다. 내 말이 꼭 완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자기소개가 끝나갈 무렵, 나는 처음 느꼈던 두려움을 다시 떠올린다. 그것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어딘가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새로운 곳, 새로운 만남은 낯설고 떨리지만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다.
익숙한 주제라면 상대방과 이야기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는 것을 전하면 되니까. 그러나 내가 하는 일과 관계없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 낯선 환경은 나를 소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안다. 떨리는 목소리에도 말은 전해지고, 어색한 표현에도 마음은 닿는다는 것을. 말은 종종 부정확하고,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을 견디며 나아가는 사이, 나는 조금씩 진짜 내가 되지 않을까.
안정감을 찾아가는 한발 한 발이 설레는 일이 되길 바랄 뿐이다.
“불안정성, 불안정성! Instability, Instability
엄청나게 떨리지?
너의 약한 부분을 느껴봐.
새로운 곳이라서 그래.
새로운 곳에선 언제나 불안정함을 느끼지.
불안정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곳은 새로운 곳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