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바람이 적당히 부는 날, 하늘 높이 떠오른 연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적당히 바람이 부는 어느 겨울날, 아이들과 연을 날렸다. 실패에 실을 풀어 바람과 마주 보며 냅다 달렸다. 바람이 연을 밀어 올리자, 한 손으로 실패를 단단히 쥐고 한 손으로 실을 당겼다 풀었다. 실이 팽팽해지고 풀어지고를 반복한다. 연은 바람을 타기도 하고, 힘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위태롭게 흔들리다가도 어느 순간 더 높은 하늘 위를 날고 있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 완전히 손을 놓아버리면 떨어지고, 지나치게 힘을 주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 힘들어진다. 바람을 타며 실의 장력을 조절하는 그 과정 속에 연이 가장 멋지게 날아오르듯,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실패를 각자 하나씩 쥐고, 원하는 높이만큼 바람을 타고 올라가길 그리고 자유롭길 희망하는 건 아닐까.
“엄마, 못하겠어! 내 거는 잘 안 날아! 형아가 훨씬 높아!”
울상이 된 둘째의 실패를 같이 잡아 준다. 손에 실의 감각을 스스로 느껴보길 바라며.
적당히 바람 부는 날 연 날리기가 무진장 어렵다는 걸.
적당히 바람이 불어서 연날리기가 더 재밌다는 걸.
적당히 바람이 불면 실패를 쥐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걸.
작년4월부터 1년 동안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었다. 매달 첫날은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다.
‘반갑습니다. 전공도 직업도 글쓰기와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사람이 '쓰는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노선, 뭐 그런 거 모르겠고요. 일단 부딪혀보고 있는 중입니다. 일보다 육아보다 다른 어떤 공부보다 '쓰는 삶'이 참 어렵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노력이 재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꼭 뭐가 안되더라도, 이렇게까지나 진지하게 글쓰기를 했던 지금 이 모든 과정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게 남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소개의 말미에 추구하는 인간상에 대해서도 간단히 남긴다. 추구하는 인간상 : 실패해도 도전하는 사람
정말 자기소개를 이렇게 했냐고 물어본다면, 뻔뻔하지만 그렇다.
정말 나는 그렇게 살아낼 수 있을까, 그런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 때도 있지만
일단 내뱉고 봤으니,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은 해야겠지.
적당한 바람에 ‘실패’의 감각을 느끼며 제대로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정답 같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숱하게 실패한 선택들이 공존했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 나에 대해 더 알게 되고 틈을 보완하며 계속 스스로에게 인생 결정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것이다.
(p23)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중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을 만족스럽게 바꾸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실은 무척 행복감을 주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51)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중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에 공감이 가고 나를 자주 돌아보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무엇이 되었든 '주저'하는 이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음속을 정직하게 들여다봤을 때 현재의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만족할 수 있는 일상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욕망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생 별거 있어? 다들 이렇게 사는 거지’라며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면서 아무 변화나 행동도 시도하지 않고 타인의 인생을 참관하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 인생? 별거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