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쎄하다. 조만간 그 녀석이 올 것 같다. 그놈은 매번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놈의 손엔 날카로운 ‘무엇’이 들려있는 게 분명하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첫 타격은 제법 조용했다. 귀 옆 어딘가를 스쳐가는 칼날처럼, 그러나 아찔하게. 나는 곧 그 날카로운 것이 나를 관통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마침내, 중심을 향해. 나의 가장자리부터 깊은 곳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놈은 감각이 예민한 부분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디를 찔러야 가장 효과적으로 고통을 퍼뜨릴 수 있는지 정확히 계산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통에 신음하며 얼굴을 감싼다.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른다. 하지만 그놈은 내 호흡마저 조롱하듯, 템포를 바꾸지 않는다. 더 세게, 더 깊게.
다른 감각마저 흐릿해진다. 빛을 싫어하고, 소리를 미워하게 만든다. 그놈은 나를 나로부터 떼어내는 데 성공한다. 생각도, 언어도, 감정도 모두 그놈이 긁어대기 시작한다.
나는 그놈 안에 갇힌다. 고통이라는 방 안에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오직 통증만 날뛰는 공간 안에서 그놈은 제왕처럼 군림하며, 나를 조각낸다. 눈꺼풀 아래에서 퍼덕이는 잔광, 선뜩한 기분이 목덜미를 따라 흐른다. 세상의 가장 부드러운 속삭임조차 이제는 송곳처럼 귀를 찌르는 듯하다. 침식당하는 고통 속에서 무력해지는 나.
악마 같은 그놈의 이름은 편두통.
원치 않는 내 머릿속의 불협화음.
두통약 두 알을 입에다 털어놓고 침대 이불속으로 숨는다. 세상의 모든 음량을 내쫓고, 마치 오래된 피아노 아래로 도망친 아이처럼 숨어들어 숨죽인다. ‘죽은 척을 하자’.
그놈은 끈질기게 내 생각의 줄을 비틀고, 감정의 건반을 뜯어낸다. 그러다 문득, 악마 같은 그놈의 연주는 예고 없이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