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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제의 딸 Jun 30. 2020

인생은 호사다마

02. 인생은 디딤돌

인생은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첫 상업영화 현장에서는 일에 대한, 사람에 대한 노이로제가 걸렸고, 다음 취업 직전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안 좋아져 수술을 하게 되었다. 또, 한 번도 액체류를 노트북 곁에 두지 않았던 나는, 하필 이력서와 공모전 마감 전 날 뜨거운 차를 내 방에서 제일 값이 나가는 노트북 옆에 두었다. 결과는? 헐값이 되어버린 노트북. 뜨거운 차를 흠뻑 쏟아 노트북은 먹통이 되고 말았다. 어디 이뿐이랴! 수리 센터에 전화를 걸고자 휴대폰을 든 나는 갑자기 꺼지는 화면에서 무한 사과의 모습을 마주하고 말았다. 아아. 그리고 이제 나는 보이스피싱 마저 당한 사람이 되었다. 


항상 내 나름의 거사를 치르기 전에는 이와 같은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이게 바로 액땜일까, 아니면 그냥 단순 사고일까.

상업영화 현장을 나온 나는 사람에 대한, 도제 시스템에 대한 (모든 현장이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큰 회의감을 가진 나는 뜻밖의 기회로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의 브런치 카페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이게 웬걸? 나, 사람을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또 노트북 수리와 덤으로 휴대폰 수리까지 맡기게 된 상황에 놓인 나는 수리 센터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실연당한 여주인공 마냥 펑펑 울었다.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 나의 메모들, 나의 사진들.. 아이클라우드니 뭐니 백업을 하지 않은 상태였던 나는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끝에 휴대폰 리퍼를 받았다. 모든 것이 리셋된 것이다. 휴대폰에서 첫 수신 전화가 울렸다. 인사 담당자였다. 그렇게 뜻밖의 기회로 방송국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이전의 달고 쓴 경험을 토대로 방송국 생활을, 사회생활을 잘 헤쳐나갔고, 덤으로 그런 사회 활동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더 나아가 적극적인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자, 나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다음에 올 뜻밖의 기회는 무엇일까. 이제는 기대될 지경이다. 


인생은 좋아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몸에 힘을 빼고, 에라 될 대로 돼라! 식으로 견디다 보면, 누군가에게 응답을 받게 된달까. 이처럼 모든 일도 마찬가지다. 온몸에 힘을 빼고, 어딘가 남은 작은 미련마저도 잊고, 내 일상에 충실하다 보면,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중요한 건 곁눈질 금지! 무조건 힘을 빼야 한다! 가 관건이다. 


인생의 모든 것은 ‘호사다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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