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감수성
브런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퇴사한다.
유독 브런치에는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이 상당히 많다.
퇴사를 한 기념으로 브런치를 시작하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우리의 전부였던 일이 사표 한 장을 내면 남의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간단하고, 극적인 일이 삶에 몇 번이나 있을까 싶다.
그래서 모두 그 감정을 글에 싣고 싶은 거겠지.
브런치의 퇴사 열기에 부응하고자 나도 퇴사했다.
한 달전쯤, 식어가는 열정과 사람에 대한 애정, 불타는 초심을 남겨두고 퇴사했다.
우발적인 결정은 아니었고 차근차근 6개월 전부터 퇴사를 준비했지만 아쉬움은 남았다.
하지만 퇴사의 기쁨도 만만치 않으니 감가상각은 +라고 생각한다. (돈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퇴사 후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니 감수성이 살아난다.
노래 한 소절에 가슴이 울리고 책도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남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친구도 만나고 영화에 몰입하기도 한다.
자의반 타의반, 취업을 준비할 때쯤부터 조급하게 살아왔고 취업을 하고 나니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 경쟁해야 했고 성장을 강요받으니 그럴 만도 하다. 세상은 우리에게 이런 여유를 너무 각박하게 주고 있다.
그 예전의 나처럼 내 안에 과즙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보는 내 시선이 느슨해진다.
세상이 조금씩 파스텔톤으로 선명해진다.
침대 위 알람 대신 녹턴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