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썅놈인지 양반인지 구분하는 방법
양반은 조선시대의 귀족을 말한다. 1910년 전국 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약 1.9%만이 양반이라는 통계가 있다. 조선 초기에 이름에 성을 갖고 있는 사람은 15%, 조선 후기엔 30% 뿐이었다. 양반은 정말 얻기 힘든 칭호였음이 분명하다. 갑오개혁 전후로 신분제가 폐지되며 너와 나 같은 썅놈들도 성을 갖게 되었고 족보를 중고나라에서 구매한 증조할아버지 덕분에 뼈대 있는 가문 인척 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러므로 '족보가 있다, 어디 성씨 몇 대손, 선산이 있다.' 하는 것들은 다 개소리다. 시대가 변하여 양반을 표시하는 물리적인 지표들이 망가졌고 오로지 사람에게서 풍겨 나오는 무형의 것으로 상대가 양반인지 아닌지 구분해야만 한다.
오랫동안 양반 VS 썅놈 이론을 연구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한 결과 이제 어느 정도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이 양반인지 썅놈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그 기준을 여러분께 공개하는 바이다.
공부는 유전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사교육 1등 기업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손주은이 인정한 거니까 팩트다. 아주 강력한 유전임으로 아빠의 아빠의 아빠, 엄마의 엄마의 엄마, 조상을 계속해서 타고 올라가면 어느 정도 대갈빡 와꾸가 나온다. 즉, 학벌은 쉽게 거스를 수 없는 대표적인 양반 지표다.
본래는 양반 학벌 커트라인은 SKY까지 이긴 하나, 사람이기 때문에 수능날 실수의 가능성을 인정하여 중경외시까지로 그 범위를 늘린다. 중경외시까지면 아주 범위를 관대하게 적용한 것이니 그 이하 학벌은 양반의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단, 사시, 행시, 의대 등 SKY 및 중경외시와 동급의 효력을 가진 가방끈에 한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양반은 감정의 기복이 적다. 그 이유는
삶에 필요한 재화가 풍족하여 감정의 기복이 많은 일이 없음
끊임없이 마음의 정진을 요구하였으므로 대대로 감정의 기복이 적음
타고나는 양반의 자질임
갑자기 욱하는 스타일이 우리 주변에 많은데 일단 거르면 된다. 만약 자신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혹은 엄마나 할머니가 욱하는 스타일이면
'그래 이 놈의 집구석이 뼈대가 있을 리가 없지'
생각하면 된다.
양반은 욱하지 않는다, 그들의 심성은 비단같이 곱다. 마음은 서해바다를 닮아 세상의 일에도 넓고 잔잔한 마음을 유지한다. 그것이 그들이 물려받은 최고의 유산이다. 이건 노력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감정 기복이 적음과 감정 기복이 적은 걸 들키지 않는 것은 다른 것이니 잘 구분할 수 있도록.
열 받는데 참는 것은 감정을 잘 숨기는 것이지 감정의 기복이 적은 것은 아니다.
감정의 기복이 없다는 건 화날 일, 즐거울 일이 적다는 뜻이다.
양반은 말을 천천히 한다. 사극을 생각해보자. 양반들이 말을 빨리 하는지 느리게 하는지.
물론, 양반은 말을 아주 천천히 한다. 반면 저잣거리의 썅놈들을 생각해보자, 이들은 아주 말이 빠르다. 양반과 썅놈의 가장 큰 차이는 말의 속도이다.
양반집의 가정교육에서 말의 속도는 매우 엄하게 다루어지는 편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는 그 아버지에게 엄하게 교육받았기에 몸속 깊이 체화되어 현재까지도 말의 속도는 양반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3개 모두 해당된다 = 양반
2개 해당된다 = 중인
1개 해당된다 = 상민
0개 해당된다 = 썅놈 (천인)
내가 주변 사람들을 이 3가지로 필터링을 하면 대충 양반 썅놈 사이즈가 딱 나온다.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3개 모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한 거다. 1.8%만이 양반이었으니 당신이 양반이 아닌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나는 당신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3개 다 해당되지 않는다. 공부 못하고 말은 개빠른데 빡치는 일도 많은 썅놈이다.
시대가 좋아졌으니 우리 썅놈들도 기죽지 말고 양반들과 당당히 겸상하면서 돈도 많이 벌어 떳떳하게 살 수 있다.
우리의 조상들을 기억하자.
피죽을 먹어가며 하루 종일 밭을 갈고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한 우리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그 와중에도 자손번식을 하신 조상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소중하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