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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갱 Oct 13. 2016

(방콕 5일 차) 건강 최고, 방콕 최고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이 기분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라? 몸이 가벼워졌다.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이 기분, 이것이 바로 감기의 맛이다. 나는 다시 건강해졌고 그리고 나는 지금 방콕에 있다. 기분 최고.

 아침을 먹으러 호모 사피엔스가 길을 나선다, 오늘은 또 어떤 아침을 먹어야 할까, 일단 시장으로 길을 나선다. 수많은 차들이 지나간다, 매연으로 벌써 코와 목이 텁텁하다. 방콕 사람들 평균 수명 짧아질 것 같다. 우리가 서울에서 느끼는 대기오염은 이 정도에 비하면 청정제주 공기다.

 어쨌든 시장으로 가 현지인들 먹는 밥을 사봤다, 먹고 가고 싶었는데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포장해주셨다. 태국 음식이 왜 짜고 자극적인지 생각해보니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보다. 날씨가 더우니 짜게 만들어 상하지 않게 만들어야만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맛은 태국인들의 지혜이자 생존의 문제였다. 혹시 그래서 이들도 먹기 싫은 맛인데 억지로 먹는 것은 아닐까? 아니겠죠.

 장조림 같이 생긴 덮밥을 먹었고 (짰지만 먹을만했습니다), 햄에 베이컨을 두른 꼬치구이(햄에 베이컨을 두른 맛이었습니다), 구운 바나나(바나나를 구운 맛이었습니다)를 먹고 후식으로 봉지에 든 열대과일을 먹었다. 태국스러운 아침이었다.


 그림의 떡이었던 좋은 풍경의 헬스장으로 가 묵묵히 Daily Workout을 수행한다. 해변의 카프카의 주인공같이 근육에 집중하며 고독하게 동작을 수행한다. 오늘은 등과 어깨를 조졌습, 운동했습니다. 이 맛이다, 인생이란 이런 것. 방콕 최고, 인생 최고.

 밥을 먹고 수쿰빗 지역으로 가 헤드 마사지를 받았는데 나에겐 헤드 마사지가 최고라는 사실을 알았다. 1시간 동안 깊은 잠, 정말 깊은 잠을 잤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시원했다. 헤드 마사지를 매일 받아야겠다. 두피를 문질문질 하는 느낌에 돌아가신 엄마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먹고 돌아다니고 먹고 하는 방콕


아임 찬이라는 로컬 매장의 팟타이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왜 태국까지 와서 팟타이를 먹을 생각을 안 했을까요? 

KOGIKU 일본 음식점에 가 고독한 미식가 스타일로 꼬치구이 세트와 아사히 생맥, 하이볼을 마셨습니다.

야시장에서 먹은 가재(?) 구이와 창 맥주.


이 날 먹은 음식들은 비교적 블로그들의 글이 적거나 내가 발굴해낸 집들입니다. 여행을 각자의 자유로움에 맡겨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트립 어드바이저: 서울을 검색해보고 맛집 순위를 체크해보길, 이 순위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됩니다. 서울에 사는 우린 이삭토스트 명동점을 가기 위해 먼 길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2. 블로그에서 유명한 집들을 가다 보면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할 것 같습니다. 비슷한 동선으로 비슷한 맛을 느끼고 하다 보면 느끼는 것들도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3. 어차피 우린 관광객이고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의 여행은 아무것도 아닌 것과 마찬가지 일 수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을 즐겨야 합니다.


이렇게 나의 게으른 여행을 합리화해본다.


여긴 방콕이고, 나는 건강해

못생긴 발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밤에 루프탑 수영장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살짝 취기가 올라 집에 돌아와 나이트 스윔을 즐겼습니다. 루프탑에는 아무도 없어서 오롯이 혼자서 방콕의 밤을 즐겼다. 발아래 불빛들을 헤엄쳤다, 스콜이 왔는데 알게 뭐람, 이미 나는 수영장에 있는걸. 방콕에 와서 첫날부터의 일정을 되새김했는데 기억해 내기 쉽지 않았다. 노트북을 가져와 브런치에 흔적을 남겨놓길 잘한 것 같다. 멋진 저녁 시간이었다.

 여러분 건강이 최고입니다, 그리고 방콕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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