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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스푼 Jan 12. 2021

산타는 부모였다는 걸 알았지만

우리집 크리스마스 선물의 역사

올해는 첫째가 산타는 사실 부모였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해. 그렇지만 동생을 위해 같이 연기해 주어 고맙고, 산타=부모임을 알지만 그래도 산타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진심이라서 신기했다.


아무튼 그 동안의 선물 역사에 대해서 산타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생긴 딸은 먼저 초등학교 1학년 때 선물로 받은, 뜬금없었던 어린이용 뜨개질 세트에 대해서 물었다.


"도대체 그건 왜 해주셨나요? 난 산타가 다른 애랑 나를 착각한 줄 알았어요."

"음, 그게 말이다, 네가 원하던 선물을 미리 샀다가 들킬까봐 혹시나 마음이 변할까봐, 12월에 사려고 미루다가 미국 전역에서 품절이 되어버렸거든."


그 때 아이가 원했던 선물은 장난감 초콜렛 퐁듀메이커였다. 어쩜 2-30불밖에 안하던 그 장난감이 전국에서 일찌감치 품절되어 어디서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 그 때 맨하탄 42번가에 있던 대형 완구점 토이자러스(Toys R Us)에 혹시나 반품되어 들어온 제품은 없는지 퇴근길에 매번 들르곤 했다.


"그러면 2학년 때 아메리칸 걸 인형 그레이스는 어떻게 사주셨나요? 그 해의 모델이 아니었어서 팔지 않았을 텐데요?"

"음, 그건 말이다. 네가 갖고 싶어하는 바로 그 옛날 모델을 사주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웃돈 주고 $200에 샀어."

"헉, 그렇게 비싸게요?"

"어... 애한테 비싼 거 사준다고 아빠가 뭐라 그럴까봐, 엄마아빠 공유하는 아마존 계정 안 쓰고 엄마가 직장동료 계정 빌려서 회사로 배달시켰어. 근데 나중에 아빠한테 얘기하니까, 네가 꼭 갖고 싶어하는 거라면 일년에 한 번인데 200불이 어떠냐고 해서 엄마도 놀랐어."


아이들이 큰다는 것은... 짠돌이 둘째가 거금 30불짜리 바디용품을 엄마한테 선물한다는 것. 아이는 크리스마스 날 엄마가 샤워하고 나오는 걸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자기가 선물한 거 발랐나 냄새 맡아보고서 불을 켠 듯이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첫째가 밀가루 반죽부터 계란 흰자에 파우더슈거를 섞어 만든 아이싱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다는 것. 벽난로 앞에 우유 한 잔과 함께 준비해놓은 그 쿠키를 먹는 사람은 더 이상 산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 아이의 카드에 처음으로 "일년 동안 저와 동생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라는 문구가 등장한다는 것.


그동안 산타에 대해 이런저런 의심을 가졌던 첫째는 이제 드디어 자기의 카드를 읽어 줄 독자를 확신했기 때문인지, 부모 산타에게 길고 애절한 편지를 써서 벽난로에 붙였다. 싱가포르 아파트에는 벽난로가 없으니, 올해 아이는 스티로폼 보드로 산타가 들어올 수 있는 벽난로를 만들었다.





산타 할아버지, 당신이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 수 없다는 건 알아요. 당신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지 과학자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올해는 과학자들에게 최고의 행운을 선물해 주세요.


올해   가지 제가 갖고 싶은  애완동물이에요. 제가 책임감을 갖고 돌볼  있는 어떤 것이 갖고 싶어요. 여태까지 Hatchmal (알을 깨면 나오는 장난감 인형), 베타피쉬,  다른 Hatchmal, 그리고 동생도 돌보아 봤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요. 애완동물을 갖게 되면 정말  돌볼께요.


고양이, 햄스터, 기니피그, 강아지  좋아요. , 동생이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서 고양이는 안되겠네요. 햄스터, 기니피그, 강아지 중에 아무 거라도 괜찮아요. 제가 검색을  해봤는데요, 기니피그는 똥을 많이 싼대요. 아무래도 햄스터나 강아지가 좋겠어요. 제가 사랑하고 돌볼 대상을 갖고 싶어요.


, 그리고  방엔 조명이 별로라서  어두워요. 애완동물도 같이 살게 될지 모르니  방에   밝은 전등을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상  자리가 없으니 여기서 멈출께요. 제가 준비한 쿠키랑 우유 맛있게 드세요. 사슴한테  당근도 준비했어요.


올해 제가 진짜 진짜 갖고 싶은  애완동물이에요.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공부를   잘할  있게 도와주세요. 산타 할아버지, 앞으로   동안,  세기 동안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 고마워요.  소원을 들어 주실 걸로 믿어요!


- 베로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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