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크리스마스 선물의 역사
올해는 첫째가 산타는 사실 부모였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해. 그렇지만 동생을 위해 같이 연기해 주어 고맙고, 산타=부모임을 알지만 그래도 산타를 향한 마음은 여전히 진심이라서 신기했다.
아무튼 그 동안의 선물 역사에 대해서 산타에게 직접 물어볼 기회가 생긴 딸은 먼저 초등학교 1학년 때 선물로 받은, 뜬금없었던 어린이용 뜨개질 세트에 대해서 물었다.
"도대체 그건 왜 해주셨나요? 난 산타가 다른 애랑 나를 착각한 줄 알았어요."
"음, 그게 말이다, 네가 원하던 선물을 미리 샀다가 들킬까봐 혹시나 마음이 변할까봐, 12월에 사려고 미루다가 미국 전역에서 품절이 되어버렸거든."
그 때 아이가 원했던 선물은 장난감 초콜렛 퐁듀메이커였다. 어쩜 2-30불밖에 안하던 그 장난감이 전국에서 일찌감치 품절되어 어디서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버렸지. 그 때 맨하탄 42번가에 있던 대형 완구점 토이자러스(Toys R Us)에 혹시나 반품되어 들어온 제품은 없는지 퇴근길에 매번 들르곤 했다.
"그러면 2학년 때 아메리칸 걸 인형 그레이스는 어떻게 사주셨나요? 그 해의 모델이 아니었어서 팔지 않았을 텐데요?"
"음, 그건 말이다. 네가 갖고 싶어하는 바로 그 옛날 모델을 사주고 싶어서 아마존에서 웃돈 주고 $200에 샀어."
"헉, 그렇게 비싸게요?"
"어... 애한테 비싼 거 사준다고 아빠가 뭐라 그럴까봐, 엄마아빠 공유하는 아마존 계정 안 쓰고 엄마가 직장동료 계정 빌려서 회사로 배달시켰어. 근데 나중에 아빠한테 얘기하니까, 네가 꼭 갖고 싶어하는 거라면 일년에 한 번인데 200불이 어떠냐고 해서 엄마도 놀랐어."
아이들이 큰다는 것은... 짠돌이 둘째가 거금 30불짜리 바디용품을 엄마한테 선물한다는 것. 아이는 크리스마스 날 엄마가 샤워하고 나오는 걸 화장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자기가 선물한 거 발랐나 냄새 맡아보고서 불을 켠 듯이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첫째가 밀가루 반죽부터 계란 흰자에 파우더슈거를 섞어 만든 아이싱까지 전부 자기 손으로 크리스마스 쿠키를 굽는다는 것. 벽난로 앞에 우유 한 잔과 함께 준비해놓은 그 쿠키를 먹는 사람은 더 이상 산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그 아이의 카드에 처음으로 "일년 동안 저와 동생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라는 문구가 등장한다는 것.
그동안 산타에 대해 이런저런 의심을 가졌던 첫째는 이제 드디어 자기의 카드를 읽어 줄 독자를 확신했기 때문인지, 부모 산타에게 길고 애절한 편지를 써서 벽난로에 붙였다. 싱가포르 아파트에는 벽난로가 없으니, 올해 아이는 스티로폼 보드로 산타가 들어올 수 있는 벽난로를 만들었다.
산타 할아버지, 당신이 코로나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 수 없다는 건 알아요. 당신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지 과학자가 아니니까. 그렇지만 올해는 과학자들에게 최고의 행운을 선물해 주세요.
올해 딱 한 가지 제가 갖고 싶은 건 애완동물이에요. 제가 책임감을 갖고 돌볼 수 있는 어떤 것이 갖고 싶어요. 여태까지 Hatchmal (알을 깨면 나오는 장난감 인형), 베타피쉬, 또 다른 Hatchmal, 그리고 동생도 돌보아 봤지만 그건 진짜가 아니잖아요. 애완동물을 갖게 되면 정말 잘 돌볼께요.
고양이, 햄스터, 기니피그, 강아지 다 좋아요. 아, 동생이 고양이 알러지가 있어서 고양이는 안되겠네요. 햄스터, 기니피그, 강아지 중에 아무 거라도 괜찮아요. 제가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기니피그는 똥을 많이 싼대요. 아무래도 햄스터나 강아지가 좋겠어요. 제가 사랑하고 돌볼 대상을 갖고 싶어요.
아, 그리고 제 방엔 조명이 별로라서 좀 어두워요. 애완동물도 같이 살게 될지 모르니 제 방에 좀 더 밝은 전등을 가져다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쓸 자리가 없으니 여기서 멈출께요. 제가 준비한 쿠키랑 우유 맛있게 드세요. 사슴한테 줄 당근도 준비했어요.
올해 제가 진짜 진짜 갖고 싶은 건 애완동물이에요.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공부를 좀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산타 할아버지, 앞으로 백 년 동안, 한 세기 동안 당신을 그리워할 거예요. 고마워요. 제 소원을 들어 주실 걸로 믿어요!
- 베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