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책을 통해서 짚어본다.
집에 있는 책들 다시 한 번 대충 훑어보고 버릴 건 버릴까 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단 육아서를 집어들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운 후에 예전에 읽었던 육아서를 다시 읽으니 새롭다.
첫 책은 <아이의 잠재력을 깨워라> 였다. 한인교포 2세 부부인 래리 곽과 루스 곽이 네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쓴 책이다. 아버지 래리 곽은 미국 최고의 암센터 중 하나인 텍사스 MD 앤더슨 병원의 암 전문의이고, 아이들 넷이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과 악기를 다 잘해서 모두 명문대학을 갔다는 게 책의 포인트다.
예전에 나는 미국의 명문대생들은 공부만 잘한 게 아니라 학창시절 내내 운동과 악기를 수준급으로 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워서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다.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두루두루 다 잘했을까? 우리는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에 올인하느라 예체능 학원이나 레슨은 다 그만둬야 했는데. 미국 교육은 도대체 어떤 시스템이길래 그들의 '포텐셜'을 극대화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서 제목에 '잠재력'이란 단어를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궁금증은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주말마다 운동 시합이며 악기 콩쿨 나가느라 바쁘다는 아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 우리 집 애들은 운동도 악기도 가르쳐 보지만 잘 되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그런 실력을 키워주기는 커녕 판을 깔아주지도 않았다. 그러면 저 운동과 악기는 전부 집에서 부모들이 사교육으로 시키는 것인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쌓는 게 아니고?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전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운동도 악기도 잘한다 하는 수준은 대부분 부모가 레슨시키고 연습시켜서 거기까지 데려간다. 특히 미국에서 악기교육은 아시안 가정의 특징처럼 여겨진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미국 초등학교에는 아시안이 40%였는데, 학교 오케스트라는 한 명도 빠짐없이 한국과 중국계 아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현악기는 아이들이 개인레슨을 미리 받는 게 당연해서, 4학년에 시작하는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초보자는 받아주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면 악기를 잘 가르쳐 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학교 오케스트라는 여럿이 협동해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이다 보니, 각자의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부 파트만 연주하면 된다. 잘하는 아이가 이끌고 못하는 아이들은 묻어간다. 물론 잘 하는 아이들은 밖에서 따로 배우고 집에서 연습한다.
나의 다음 궁금함은, 그럼 왜 아시안 아이들은 악기를 잘하는가? 였다. 아니, 이제 부모가 되었으니 질문을 바꿔야겠다. 왜 아시안 부모는 자녀에게 그렇게 열심히 악기교육을 시키는가? 학교에서 시키지도 가르치지도 않는데 아이들이 저절로 잘할 리는 없으니까, 아주 소수의 타고난 음악 영재들을 빼고는 전부 다 집에서 부모들이 가르치고 훈련시켜 어느 수준까지 끌고 온 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