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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스푼 Apr 12. 2022

싱가포르의 야외활동

어디서라도 20분이면 집에 돌아올 수 있다.

지난 2주 동안 너무 활동량이 적었어서 오늘은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자전거로 전국을 한 바퀴 돌 수 있을 만큼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고, 여기저기에 자전거를 빌려 주는 대여업소도 많다. 특히 전국 각지에 점포를 갖고 있는 자전거 대여업체가 있어서 한 곳에서 빌린 자전거를 다른 곳에서 반납할 수 있다. 오늘은 이스트 코스트 파크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해안 도로를 10km 정도 죽 달려 시내에 들어와 마리나 베이에서 반납했다.


East Coast Park C4에서 Marina Bay까지 10km


이스트 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는 싱가포르의 동해안이다. 섬의 동쪽 끝 창이공항에서부터 해변을 따라 남서쪽으로 죽 내려와 납작한 마름모 모양의 아래 꼭지점에 가까운 다운타운 마리나 베이까지 길이 이어진다.


이름도 그렇고 위상은 동해안 급인데 실제로는 바다도 해변도 시원찮다. 이쪽 바다는 대형 유조선과 화물선이 많이 정박해 있어서 물도 깨끗하지 않고 넓고 예쁜 백사장도 없다. 그런데도 주말만 되면 산책, 조깅, 자전거 및 낚시꾼과 캠핑객들로 온 공원이 북적인다. 이름은 동해안인데 실제로는 한강 고수부지다.


평일 오전이라 한적했던 이스트 코스트 파크 산책로


싱가포르에서 야외활동을 해보겠다 마음먹으면 몇 군데의 유명한 곳이 있다.


1. 이스트 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 산책이나 자전거가 제일 간단하지만 낚시나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치발리볼장도 있다. 웨이크보드 타는 곳도 있어서 조만간 온 가족이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한다.


Cable-skiing @ Singaporea Wake Park


2.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 여기는 싱가포르의 센트럴 파크다.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커다란 초록색. 근데 우리는 뉴욕에서도 센트럴 파크에는 어쩌다   구경가서 입구 근처에서 조금 걷다 돌아왔을 , 굳이 산책을 하겠다고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아니라서. 나는     봤다.


3. 맥리치 저수지(MacRitchie Reservoir): 싱가포르에는 수많은 공원과 산책로가 있지만 '하이킹'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여기를 이야기한다. 지도를 보면 싱가포르의 한 가운데에 개발이 덜 된 큰 규모의 야생 정글이 있고, 이 정글이 도심에 맞닿아 있는 부분이 바로 맥리치 저수지다. 인공적으로 곱게 다듬어진 싱가포르의 공원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우거진 정글이 바로 여기가 아닐런지.


여러 개의 하이킹 코스 중에서 "트리탑 워크(Tree Top Walk)"가 제일 대표적인데, 한 번쯤 가볼까 싶었지만 총 거리는 7-10km, 소요시간이 3-5시간이라고 하니 아이들을 데리고는 도저히 못 가겠다.


Treetop Walk @ MacRitchie Reservoir


4. 센토사 섬(Sentosa Island): 명실공히 싱가포르의 제주도. 그런데 한달살기를 해도 부족하다는 제주도와 달리 센토사는 1박2일만 다녀와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섬 전체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공용 비치가 3개 있고, 조금 더 조용하고 편안하게 즐기고 싶으면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비치 클럽이 몇 개 있다. 거기 더해 워터파크와 아쿠아파크, 놀이동산과 수족관, 그리고 번지점프와 루지, 짚라인 등을 즐길 수 있는 스카이파크가 있는데 이게 전부다. 자연 자체가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곳이 아니다 보니 인간이 잘 다듬어서 만들어 놓은 위락시설을 즐기는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가족끼리 몇 번 오고 나면 더 새로운 게 없다.


지금은 내가 이렇게 센토사를 지겹다고 이야기하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센토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탄종 비치 클럽(Tanjong Beach Club)에 처음 갔던 2년 6개월 전의 글이다.



멋진 해변도 기막힌 노을도 없었지만 동네 바닷가 같은 소박한 느낌이 좋았다. 반나절 쯤 놀다가 택시를 불러 타면 20분 만에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계절의 변화가 없으니 내년 여름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아무때나 다시 올 수 있는 것도 좋았다. 한 때 좋았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젠 센토사가 지겨워졌다니, 변한 건 바다가 아니라 나였네.


10km 자전거 라이딩은 한 시간이면 충분할 시간이었는데, 시내에 들어가는 길을 잘 몰라서 조금 헤매느라 두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30분은 벤치에 앉아서 휴식). 시내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배달앱을 켜고 마라샹궈를 주문했다. 내가 나간 사이에 메이드가 청소를 해놓아서 호텔같이 깨끗해진 집에 돌아와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음식이 도착했다.


지루하고 무기력해진다고 불평했지만 한편으로는 언제라도 호텔에서 생활하는 여행객 기분을 낼 수 있는 싱가포르 생활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동안 열심히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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