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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스푼 Oct 09. 2022

성큼성큼 적응하고 있다.

홈메이드 미국생활

미국에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이 개학한 지는 한 달이다.


이번 주에 드디어 렌탈 가구와 살림살이를 반납했다. 싱가포르에서 이삿짐이 배달되는 시간이 6-8주 예상이었는데 물류 대란으로 인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에 가구와 기본 살림살이를 렌트했었다. 우리 이삿짐은 두 달 만에 들어왔지만 렌트 기간이 3개월이라,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가구와 렌탈 가구를 전부 끼고 복닥복닥하게 살았다. 그 렌탈 가구와 살림살이가 빠져나가면서 집은 훨씬 넓고 깔끔해졌다.


이번 주에 드디어 아이들의 액티비티 일정이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올해 아이들 액티비티의 목표와 기본 종목은 진작에 선택했는데, 막상 9월에 시작을 해보니 아이들 실력에 맞는 반을 찾고 요일과 시간을 최적화하는 등의 세부조정에 시간이 걸렸다. 여러 곳에 방문해서 시범수업을 하고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통화가 오간 후에야 드디어 딱 마음에 들게 아이들의 하교 후 일정이 세팅되었다.


8학년인 딸은 이젠 본인의 취향과 선호가 강력해졌기 때문에 다른 원치 않는 것들이나 적당히 하던 것들은 다 그만두고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하던 짐내스틱을 그만둔 후, 7학년에는 싱가포르 미국 국제학교에서 댄스팀을 했었다. 지금 학교에는 댄스팀이 없지만 집 근처에 댄스 스튜디오가 있어서 학원 댄스팀에 들어갔다.


이 팀은 지역 대회 단체전에 나가서 경쟁하는 대회팀이라 일주일에 5시간 이상 연습해야 한다. 딸은 아크로, 리리컬, 재즈, 발레, 대회 준비 이렇게 5개의 클래스를 수강한다. 훈련 강도를 높여 체력 및 스태미나를 키우고, 학교와 댄스로 바쁜 일정을 통해 시간관리를 익히며, 대회에 나가 경쟁하는 경험을 갖는 것이 이 아이에 대한 올해 액티비티의 목표다.


5학년인 아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 시간이 많기 때문에 하루에 한 시간씩 다양한 운동을 하기로 했다. 선택종목은 주짓수(주 2회), 테니스(주 2회), 그리고 수영(주 1회). 이렇게 쓰고 나니 간단한데, 다니기 쉬운 위치의 체육관들을 찾고 아이의 실력과 시간대가 맞는 반을 찾아서 아이의 동의까지 얻어서 등록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한 달 만에 겨우 세팅을 마쳤다. 이젠 꾸준히 다니기만 하면 된다.


아들은 생각이 많아서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마음만 무거운 게 아니라 몸도 무거워지고 있다. 하루 한 시간 운동이 체력과 체격을 키워 줄 뿐 아니라, 몸을 단련하는 만큼 아이의 마음도 단련해 줄 것을 기대한다. 꾸준한 신체활동을 통해 체력 및 스태미나를 키우고, 머리-몸-마음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이 아이에 대한 올해 액티비티의 목표다. 근력을 키워 구부정한 어깨와 평발 증상이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나도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4년 전에 그만두었던 이전 직장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아이들 등교시킨 후에 출근해서 하교시간에 맞춰 퇴근하기 때문에 당장의 생활에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길게 보면 모든 것이 그대로일 수는 없겠지. 내 자신의 시간 활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더이상 전업주부가 관리하지 않는 가족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조금씩 변할 것이다.


아이들 액티비티에 비하면 나의 재취업은 고민할 새도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버렸다. 다음 한 달 동안은 내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성큼성큼 미국에 정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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