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은 달라져 왔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이런 미의 기준을 코르셋이라고 부르는데 나도 코르셋에서 100% 자유롭진 못 하다. 주말이면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 입고, 다이어트를 하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 그럼에도 아주 심한 편은 아니다. 평일에 출근할 때는 화장을 안 하고, 선크림만 바르며, 긴 머리를 고수하지 않으며 미용실에 잘 가지 않는다. (최근에는 영국의 비싼 커트 비용을 내기 싫어 내가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내가 남자 친구 머리도 다듬어 준다. 친언니는 이런 나를 보고, 영국 가더니 별짓을 다한다며 기안 84냐고 했다.) 8년전에 산 아이브로우는 얼마 전에 버렸고, 블러셔는 6년을 쓰다 버리고 새로 장만하였다. 파운데이션은 양심상 2년은 쓰다 피부가 썩을 것 같으면 버린다.
여자들은 보통은 관심 있는 남자나 연인에게 더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나 안 씻은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가끔 텔레비전에서 중년의 여자 연예인들이 남편한테 방귀를 안 텄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참 믿기 어렵다. 방귀는 생리 작용인데 24시간 조절이 되는 건가! 나는 데이트하고 한 달이 안 돼서 실수로 방귀를 남자 친구 앞에서 뀌었다.그 후로 우리는 방귀를 텄다. 남자 친구가 방귀를 뀐다고 해서 남자 친구에 대한 마음이 식는 건 아니다.그냥 방귀 뀌는 남자 친구이다. 두 번째 만남에 내가 이틀 동안 안 씻은 모습도 보여주고, 연애 초반에 쌩얼로 데이트를 다니고 편한 옷을 챙겨 입었다. 여태 연애는 모두 이렇게 편한 방식으로 하였는데 내가 안 씻어서 더럽다거나, 화장을 잘 안 하는 것이 연애에 걸림돌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다른 문제로 헤어지자 한 건 나였다. 친구들이 살이 찌거나 가슴이 작아서, 또는 생얼 때문에 남자와의 잠자리에 대해 걱정을 하면 나는 "남자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라고 말한다.내 경험상 남자들은 여자들만큼 세세하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종종 본인이 성형수술을 했는데 남자 친구에게 밝힐지 고민하는 여자들이 있다. 성형수술을 한 당신도 당신이다. 왜 숨기려고 하는가? 나는 쌍꺼풀 수술이 잘 돼서 남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데이트 초반에 눈이 예쁘다고 칭찬을 한다. 그럼 나는 그 께름칙함을 못 참고, 수술한 눈이라고 한다. 내가 성형수술을 한 사실이 썸이나 연인관계에 악영향을 준 적은 한 번도 없다.
여자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남자의 외모는 중요하니 이해는 한다. 그렇지만 나의 화장한 얼굴만 보다가 나의 생얼에 실망해서, 나의 완벽하지 못한 몸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나에게 정 떨어지는 남자를 만나고 싶은가?내가 쓰고 있는 코르셋을 좋아해서 나를 좋아하는 남자는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코르셋과 외모를 좋아한 남자의 사랑이 얼마나 갈까? 더 꽉 조인 코르셋을 입고 있고 외모가 뛰어난 여자가 그 앞에 나타나면 그 여자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여자를 성적 대상화시켜서 외모와 코르셋으로 평가하는 남자들은 상대적으로 바람피우고 밖에서 딴짓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남자는 줘도 갖지 말아야 한다.
나는 한국 로맨스 드라마를 안 본 지 십 년이 넘었다. 돈많은 재벌 2세가 예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외모는 변하고 사람은 항상 가꿀 수 없다. 내가 망가져도 그 모습을 좋아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남자한테 예뻐 보이고 싶어 꾸미는 게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너무 과하게 할 필욘 없다. 나 자체를 받아주는 남자를 만나는 게 나으니까.
여자는 인형이 아니다. 남자 친구가 긴 머리가 어울리겠다 해서 머리를 기를 필요 없고,분홍 원피스가 어울리겠다 해서 입을 필요는 없다. 연인의 과도한 외모 지적과 간섭은 데이트 폭력의 일종이다. 현실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 대한 외모의 잣대가 더 주어지는데 여기에 연인의 잣대를 더 추가하여 평가당하고 싶어 하는 건 변태다. 남자에게 비치는 나를 만들어 내기보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만드는데 더 집중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