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언어의집 Apr 04. 2022

웨딩 스냅사진 맘대로 찍기

웨딩 스냅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레퍼런스 PPT를 만들어버렸지 뭐야


당신이 원하는 당신의 사진은
어떤 느낌, 어떤 분위기인가요?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담아내고 싶나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반려인(남, 34세)과의 결혼식이 한 달 반 정도 남았기에 사진찍기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이쯤 되면 <귀차니스트가 결혼식 하는 방법> 같은 내용의 글을 하나쯤 써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포토 테이블’을 만들지 않는다. 귀찮으니까. 그거 만들고 치우는 것도 일이고, 집이 좁아서 모셔둘 데도 없고, 또 돈도 더 드니까. 게다가 ‘웨 딩 스 냅 사 진’ 이라는 이상한 세 단어의 조합조차 난 아직도 약간 항마력이 부족해 몸에 닭살이 돋는다. 그렇지만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한 달 전에 보내려면 이제 곧 모바일 청첩장용 이미지사진이 필요하다. 아아, 이 데드라인 누가 정했나. 파티와 행사는 기획자에게 귀찮은 짐일 뿐 마음놓고 즐기기 힘들다구.


주말마다 예식장에서 커플들을 촬영할 때, 필수 코스. ‘포토 테이블’ 인서트 촬영하기. 다양한 커플들의 사진이 이상하게 전부 비슷비슷했다. 흰 스튜디오에서, 드레스도 다 비슷하고, 취하고 있는 포즈도 비슷하고, 특히 남자가 통기타 한 대 들고 딩가딩가 하는 척 한다거나… 어우 클리셰!


내가 아무리 대충 결혼식을 한다 해도 내가 봐왔던 수많은 포토테이블 위 고만고만했던 사진을 찍어내고 싶진 않았다. 결혼하는 사람은 제각각인데, 사진은 왜 다 똑같은 거야? 또 포토샵은 왜 그렇게 많이 하는 거야? 실물이랑 같은 사람 맞나?





아무래도 웨딩 연출을 전문으로 해주는 스튜디오에서는 기존의 룰대로, 스튜디오에 있는 소품대로 당신을 찍어주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기 전에, 그걸 먼저 생각해봐야지 않겠나 싶다… ‘나는 누구고, 뭘 보여주고 싶은가’. 안그럼 식상한 사진을 받아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면 오래된 필름카메라 하나 갖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면 된다. 선물을 해주거나 맛있는 밥을 사주거나 사례비를 주거나 하면서, 잘 알던 (같이 오랜 시간을 보냈던) 절친에게 부탁하는 거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좋다고 느낀 베스트 사진들은 지인이 찍어준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이었다.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특히 야외 촬영을 위주로 하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사진가를 찾는 방법도 추천한다. 프리랜스 작가들은 바다나 강으로 출사도 많이 가는 편이고, 서울이나 경기도에 좋은 사진 촬영지가 아주 많다. 한강공원도 좋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편안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올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춤, 달리기, 걷기 등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동작
-활짝 웃는 행복한 모습
-록큰롤 무드 (드럼 스틱, 일렉 기타 등 소품 짊어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 단, 악기를 치는 흉내 내는 건 개인적으로 멋지지 않다고 느낀다.)
-고전 영화 포스터 느낌의 흑백 사진
-흔들린 사진
-음식을 활용한 사진
-야간 촬영 (밤바다 배경)


수많은 이미지들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내가 ‘우와!!! 미쳤다!!!!’를 외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유명한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컨버스 오스카 트로피 짤방 (내맘대로 이름붙임).


배우 커플 호아킨 피닉스와 루니 마라의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일상 사진이지만, 참고 사진을 어디서 끌어오든 그건 상상의 자유니까…


예술작품 같다.

멋지지 않은가. 블랙 롱 드레스에 컨버스, 오스카 트로피,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와 잘 재단된 수트.


로맨틱… 포즈와 표정이 무척 편안해 보인다.


(그냥 사진만 찍어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난 저렇게 달달한 눈빛은 못 발사할 것 같은데 이젠…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사진이 나오려면 아무래도 친한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음식 먹다가 뽀뽀한 거였군


처음엔 삼각대를 이용해 셀프로 둘이서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야외 촬영을 하기로 했지만, 마침 우리 둘의 친한 지인  포토그래퍼인 친구가 있어 셋이 놀 겸 스냅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그리고 4 중순 주말에 동해로 여행을 떠나기로.


원하는 느낌의 스냅사진들을 핀터레스트에서 찾아서 한 군데 모아 컨셉별로 정리했다. 누가 피티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짓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다. 디자이너 종특인가?


반려인과 함께 평상시에 슬금슬금 모아둔 핸드폰 스크린샷 화면을 으로 전송하고, 키노트로 사진을 대충 크롭해 배치했다. 어릴 때 잡지 사진을 가위로 잘라 오려 종이에 풀로 붙이며 스크랩북을 만들던 기분이 들면서 퍽 즐거웠다. (요즘 친구들이 다꾸에 환장하는 이유를 알겠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프리젠테이션 이미지를 공유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록음악 덕후: '하이 웨이 투 헬'은 내 결혼식 입장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